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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습격]해외의 시민구단, 결국 시민이 중심이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2-10 07:24


◇사진캡쳐=FC바르셀로나 구단 홈페이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 '시민의 힘'이 없었다면 두 팀 모두 세계를 주름잡는 '슈퍼클럽'이 될 수 없었다.

두 팀은 모두 시민 주주인 소시오(Socio)들이 구단 운영 주체다. 구단 회장은 소시오 투표로 결정된다. 소시오는 중대 의사 결정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등 자신들의 의견을 구단 운영에 투영시킨다. 일반 팬에게 '소시오' 타이틀은 특권이다. 시즌권과 주주권을 함께 소유하는 소시오가 되기 위해 매년 수만명의 팬들이 문을 두드리지만, 대기자 순번에 이름을 올릴 뿐이다. 팬 스스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다.

구단 운영진의 독단적 경영은 애초부터 이뤄질 수가 없다. 바르셀로나가 자금난 타개를 위해 유니폼 스폰서 영입 계획을 내놓았다가 '구단의 순수성을 해친다'는 11만 명 소시오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던 게 단적인 예다. 구단을 후원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의견은 지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반영될 뿐이다. 지자체 구성원인 소시오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정치인들의 영향력은 전무하다. 스페인 분리독립 열기가 강한 바스크 지방을 연고로 하는 빌바오도 두 팀과 같은 소시오 체제로 운영되는 팀이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시민들의 구단 운영 참여를 아예 명문화 했다. 구단 전체 주식의 51% 이상을 시민주로 채워야 하는 일명 '50+1' 룰을 운영 중이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레버쿠젠은 제약회사 바이엘이 창단한 팀이다. 하지만 이 규정에 따라 시민주를 받아들인 케이스다. 소비자인 팬들의 운영을 최대한 반영함과 동시에, 기업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을 배제하기 위한 좋은 장치로 평가할 만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최근 해외 자본 유입 등으로 구단 운영에 팬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갑부 구단주들도 상당지분을 소유 중인 팬들의 의사를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프로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은 시민 지지기반이 약해 '시민구단의 불모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식축구(NFL) 그린베이 패커스는 인구 10만명의 그린베이 시민 전체가 구단 지분을 공유하며 따로 구단주를 두지 않는 특수한 형태로 운영한다. 자금력은 빈약하지만, 유능한 경영자와 프런트, 이를 감시하는 주주들의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면서 성공적인 팀 운영을 하고 있다.

한국 시민구단의 롤모델로 여겨졌던 J-리그 대부분의 구단들도 지자체 지원을 상당수 받고 있다. 지역 기업 및 팬의 자발적 관심과 지원, 축구 외 수익사업을 통한 자금마련 등으로 정치적 입김에선 다소 자유롭다. 그러나 재무구조 대부분을 팬이 아닌 지자체, 기업이 양분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점은 분명하다. 때문에 J-리그 팀들도 K-리그 시도민구단의 지향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시도민구단은 시민이 이끌어야 한다. 구단의 노력 만으로 관심을 끌기엔 한계가 있다. 팬들이 앞다퉈 시즌권을 구매하고 끊임없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면 구단은 힘이 생기고 관심도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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