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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옴니킨!'
1984년 캐나다 퀘벡주의 체육교사 마리오 뒤마가 창시한 뉴스포츠인 킨볼은 3팀이 함께 출전해 승부를 가리는 유일한 종목이다. 핑크, 그레이, 블랙 3팀으로 나뉜다. 지름 1.22m 대형볼을 4명의 선수들이 함께 받쳐들고 공을 받을 팀을 지명한 후 1명의 히터가 강서브를 날린다. 완벽한 조직력과 영리한 작전이 필요하다. 공격팀은 수비팀을 결정한 후 "옴니킨(Omnikin)!"과 함께 팀명을 큰소리로 외쳐야 한다. 수비팀을 지정하며 외치는 '옴니킨!'은 '모두 함께'를 뜻하는 '옴니(Omni)'와 신체를 뜻하는 '킨(kin)'의 합성어다. '모든 신체 부위를 활용하는 전신 운동, 모든 참가자가 함께 하는 신체놀이'라는 뜻이다. '옴니킨'이란 말 속에는 킨볼의 '협동 존중 참여' 정신이 담겨 있다. 그레이팀이 "옴니킨 핑크!"를 외친 후 공격에 성공할 경우, 그레이팀은 물론, 공수에 가담하지 않은 블랙팀도 '어부지리'로 득점한다. 1위 팀은 '가장 약한' 3위팀을 공격할 수 없다. 약자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경기, 승자도 끝까지 장담할 수 없는 박빙의 레이스, 그래서 끝까지 모두가 함께하는, 행복한 경기다.
이날 전국 대회에선 선수들의 등장부터 남달랐다. 협동과 존중, 킨볼의 정신을 살렸다. 초등학생은 남녀 혼성팀으로 출전했다. 출전하는 학생들은 경기장 주변을 둘러싼 친구들, 선생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승리를 다짐했다. 10대다운 발랄한 끼도 드러냈다. 광영고등학교 여학생들은 깜찍한 춤을 추며 등장해 눈길을 끌었고, 부산 괴정중학교 남학생들은 뒤로 드러눕는 세리머니로 팀워크를 다졌다. 경기 후엔 주최측과 지도교사를 향해 깍듯한 단체인사로 예를 갖췄다.
결승전은 예상대로 박빙이었다. 10분의 본경기로 승부를 못가린 경기가 속출했다. 특히 '핑크' 청원고, '그레이' 신탄진고, '블랙' 광영고가 맞붙은 여고부 결승은 명불허전이었다. 물고 물리는 대접전, 동점이 반복되는 박빙의 승부였다. 종료 1분30초전, 15-16-15 상황에서 핑크가 "옴니킨! 그레이"를 외쳤다. 핑크의 서브를 그레이가 받아내지 못하면서 '공격 성공' 핑크와 '어부지리' 블랙이 각 1점씩을 추가했다. 1분을 남기고 또다시 3팀은 16-16-16 동점이 됐다. 결국 18-18-18, 동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룰에 따라 '5초 연장전'이 시작됐다. '블랙' 광영고가 '핑크' 청원고를 '콜'했다. 핑크가 블랙의 서브를 받아내지 못하며 18-19-19, 3위로 떨어졌다. 19점 타이를 이룬 '그레이' 신탄진고와 '블랙' 광영고가 '5점 내기'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꽃다운 여고생들의 파이팅은 눈부셨다. 서브를 받기 위해 슬라이딩도 서슴지 않았다. 선공에 나선 '그레이' 신탄진고의 강서브가 작렬했다. '그레이'가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블랙'에 5대2로 승리했다. 신탄진고는 이날 선생님과 함께 하는 킨볼에서도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시상식 직후 권순실 지도교사를 헹가래치며 환호했다.
이날 초등부 경기에서는 연세초등학교가 우승, 대소초등학교가 준우승, 도이초등학교가 3위에 올랐다. 남중부에서는 신송중이 1위, 병점중이 2위, 괴정중이 3위에 올랐다. 남고부에서는 능동고, 애월고, 동아고가 각각 1-2-3위를 기록했다. 신송중은 여중부에서도 1위를 휩쓸며 '킨볼 명문'의 이름값을 입증했다. 구일중, 발안중이 여중부 2-3위를 기록했다. "2년째 킨볼을 해왔는데 정말 재밌다. 협동심과 배려를 배울 수 있는 종목이다. 선배들이 자연스럽게 후배를 가르쳐주는 방식이라 더 좋다." "혼자가 아닌 모두가 열심히 해야 이기는 종목이다. 오늘도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친구들이 잘해줘서 이긴 것이다." 중등부 MVP의 영예를 안은 신송중 남녀 주장 김민성군(15)과 박준아양(15)의 의젓한 우승소감속엔 킨볼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