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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요정, 아시아 톱랭커다웠다. 올시즌 가장 기다렸던 무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펼쳐보였다.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종목에는 총 8개국에서 28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팀 경기는 국가당 3~4명의 선수가 12개의 연기를 펼친다. 4개 종목을 다른 선수들이 각 3회씩를 실시해 상위 10개 점수 합산으로 팀 순위를 정한다. 개인전의 경우 4종목중 최저점을 뺀 3종목 합산점수가 최종점수다. 세계선수권은 개인종합 예선 24위 안에 진입한 선수들이 결선에 진출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은 총 8개국, 국가당 2장의 쿼터가 부여됐다. 8개국 각 2명, 총 16명의 선수가 개인종합 결선에서 메달을 가리게 된다. 개인종합 예선점수는 결선에 반영되지 않는다.
덩센위에의 점수를 확인한 후 B조에서 첫번째 볼 연기에 나선 손연재는 침착했다. '사랑을 포기하지 말아요'에 맞춰 흔들림없는 연기를 펼쳤다. 직전 이즈미르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낸 후프 종목에선 자신감이 넘쳤다. 17.850점을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는 더욱 안정감이 넘쳤다. 리본 종목 '화이트 다르부카'의 북소리에 맞춰 리드미컬한 무결점 연기를 선보였다. 17.983점, 꿈의 18점에 0.017점 모자란 최고득점을 찍었다. 곤봉을 하기도 전 이미 3종목 합산에서 53.716점으로 덩센위에의 52.883점을 넘어서며 1위로 결선행을 확정했다.
개인종합 예선 1위를 확정지은 상황에서 '톱랭커'손연재의 다음 미션은 팀 메달이었다. 이를 악물었다. 4년전 광저우에서 일본에 0.6점 차로 뒤지며 동메달을 놓친 후 눈물을 뚝뚝 흘렸었다. 김윤희(23·인천시청) 손연재(연세대) 이다애(20·세종대) 이나경(16·세종고)로 4명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에게 팀 메달의 꿈은 간절했다. 18점대, 혼신의 연기를 펼쳤지만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긴장한 탓인지 실수가 잇달았다. '맏언니' 김윤희는 후프에서 '오마주투 코리아'에 맞춰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마지막 동작 후프가 매트 밖으로 굴러나가는 실수가 뼈아팠다. 15.083점(0.3점 감점)을 받아들고 눈물을 쏟았다. 이다애는 백지영의 절절한 히트곡 '잊지 말아요'에 맞춰 가슴 찡한 볼 연기(14.800점)를 펼쳤다. 막내 이나경은 리본, 곤봉 연기에 나섰다. 첫 메이저 국제무대에서 긴장감 없이 당찬 리본 연기(14.300점)를 펼쳤다. 오른발목, 무릎 부상을 딛고 출전한 김윤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리본에서 '록산느의 탱고'에 맞춰 특유의 파워풀한 연기를 선보였다. '원하던 점수' 16.416점을 받았다.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우즈베키스탄이 일찌감치 1위를 확정지은 가운데 메달 라이벌은 일본, 카자흐스탄이었다. 일본이 초반 선전했다. 미나가와 가호, 하야카와 사쿠라 등 러시아에서 손연재와 함께 훈련해온 어린 에이스들이 16~17점대 점수를 잇달아 받아냈다. 4년만에 막내에서 톱랭커로 거듭난 손연재의 어깨가 무거웠다. 일본의 가호와 사쿠라, 한국의 손연재, 김윤희가 남은 상황, 3위 일본과 4위 한국의 점수차는 1.083점 차이였다. 김윤희가 마지막 곤봉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16.183점을 받았다. 손연재가 마지막 곤봉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파트리지오 부안느의 '루나 메조 마레'(바다 위에 뜬 달)에 맞춰 경쾌하고 발랄한 연기를 선보였다. 올클린 연기, 18.016점, 올시즌 곤봉 최고점수를 찍었다. 팀 메달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총점 164.036점으로 짜릿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요정들이 똘똘 뭉쳐 하나로 따낸 메달은 빛났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팀경기 동메달 이후 12년만에 최고성적, 최고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