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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랭킹'보다 체력 보강이 절실하다."
한국은 3일 오후 일본 도쿄 요요기체육관에서 펼쳐진 도쿄세계탁구선수권 8강전에서 대만에 게임스코어 2대3으로 패했다. 지난 30일 조별리그 4차전에서 대만을 3대1로 꺾은 지 사흘만에 다시 만났다. 주세혁(34·삼성생명·세계랭킹19위)-정영식(22·KDB대우증권·세계랭킹 30위)-조언래(28·에쓰오일·세계랭킹 20위)과 대만의 첸치엔안(세계랭킹 18위)-치앙훙치에(세계랭킹 76위)-추앙치유안(세계랭킹 8위) 사흘전과 똑같은 오더로 다시 맞붙었다. 한국은 주세혁과 조언래가 1-3단식을 연거푸 따내며 4강행을 예감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한 '에이스' 주세혁의 막판 체력고갈과 정영식의 마무리가 아쉬웠다. 2경기를 내리 내주며 게임스코어 2대3으로 패했다. 한국 남자탁구의 세계선수권 6회 연속 4강의 역사가 멈춰섰다. 2001년 오사카세계선수권 이후 13년만에 4강행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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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세계랭킹 15위 '김민석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차세대 최고 에이스'로 손꼽히는 김민석은 일본 현장에서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대만전 등 주요 경기에 나서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민석이 이번 대회 준비를 잘해왔다. 에이스로 믿었다. 그런데 일본에 온 이후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발바닥 티눈이 도지면서 남북전 등 주요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아쉽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주세혁을 제외한 4명의 선수 모두 세계선수권 단체전에 주전으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 실패의 경험을 뼈아프게 기억하고,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새롭게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이 부분을 직시했다. "중국 선수들을 보면 하체가 다르다. 하체의 견디는 힘 덕분에 아무리 많은 경기를 치러도 한치 흔들림이 없다. 우리도 강도높은 웨이트트레이닝 등 체력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도자로서의 고민도 털어놨다. "미디어에서 '형님 리더십'에 대해 많이 언급한다. 나 역시 선수들을 형님처럼 다독이며 이끌어보려고도 생각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여린 선수들을 아우르는 카리스마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월 중국오픈-코리아오픈-일본오픈 등 아시아 투어 일정이 릴레이로 이어진다. 유 감독은 "코리아오픈 이후 국제대회 출전은 줄일 생각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이 겨우 4개월 남았다. 2개월간 체력훈련에 초점을 맞춰 몸을 만드는 일에 주력해야겠다"고 했다. "월드랭킹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랭킹이 대회 출전점수에 힘입은 '마일리지 랭킹' '거품랭킹'이어서는 안된다. 누구를 만나도 견뎌낼 수 있는 내실 있는 '랭킹'이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올림픽 단식 챔피언 출신의 유 감독은 대한민국 남자탁구의 자존심이다. 7회 연속 4강행 불발이 괜찮을 리 없다.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 모두는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공한다. 이 실패를 경험으로 우리선수들이 체력적, 심리적으로 좀더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도쿄=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