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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쇼트트랙은 해피엔딩이었다.
자타공인 '에이스' 심석희는 새로운 세상을 배웠다. "금, 은, 동을 모두 다 땄는데 후회는 없고 좋아요. 다만 금, 은, 동의 느낌이 다 달랐어요. 그걸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좀 더 독하고 강해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미래였다.
긴 여정이 끝났다. 올림픽을 끝낸 이들은 '맏언니' 조해리(28·고양시청) 김아랑(19·전주제일고) 공상정(18·유봉여고)과 함께 외출을 했다. 선수촌을 벗어나 러시아 소치의 코리아 하우스를 찾았다. 결전이 끝난 이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1000m 뒷이야기도 풍성했다. 박승희는 위기가 있었다. 중국의 판커신은 마지막 결승선 통과를 남기고 1위로 질주하는 박승희를 붙잡기 위해 팔을 뻗어 유니폼을 잡으려 했다. 다행히 박승희는 판커신의 '나쁜 손'을 피해 무난하게 결승선에 가장 먼저 스케이트화를 밀어넣었다. 박승희는 "뿌리쳤을 때 그 정도인지 몰랐다. 영상을 보니 심하게 했더라. 그걸 보고 왜 실격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며 "잡으려고 했는데 손이 덜 왔다. 짧았던 것 같아 그냥 스치는 것만 느껴졌다. 중국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반칙을 들고 나와 예상하기가 힘들다"고 말한 후 가슴을 쓸어내렸다.
심석희는 오빠가 선물한 스케이트화가 화제에 올랐다. 그는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다. 난 투덜거리며 오빠에게 잘못하는데 고맙다고 느꼈다"며 수줍게 웃었다.
조해리는 3000m 계주 금메달의 비화를 공개했다. 금빛 질주의 뒤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25·서울시청)의 금메달이 있었다. 그는 "상화가 금메달 딴 날, 그 금메달을 만졌다. 만지게 해달라고 했는데 만져보라고 해 그 기를 받아서 잘 됐다"며 웃었다.
'빙상돌'로 뜬 공상정은 "주변에도 연락도 오고 해서 찾아도 봤다. 계준 준결선 한 종목 나갔는데 감사하다. 하지만 운동 선수니까 실력으로 관심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민망하고 부끄럽다"며 수줍어 했다. 김아랑은 "연습 때만큼 성적이 안나와 생각이 많았다. 그래도 계주에서 금메달도 땄으니 남은 시간 재밌게 즐기다 가려고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여자 쇼트트랙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