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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女쇼트트랙 해피엔딩, '희자매'의 감격과 미래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2-24 07:13


◇심석희(왼쪽)와 박승희가 23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올림픽파크 메달 프라자에서 열린 빅토리아 세리머니에서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여자 쇼트트랙은 해피엔딩이었다.

3000m 계주에서 8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은 데 이어 박승희(22·화성시청)와 심석희(17·세화여고)가 22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10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5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박승희는 2관왕에 등극, 지존에 올랐다. 1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여고생 심석희는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 은, 동 나란히 1개씩을 거머쥐며 미래를 기약했다.

박승희는 1000m를 제패한 후 "석희가 잘 타서 1등할 줄 알았는데 내게도 이런 선물이 오는구나 싶다"라며 감격해 했다. 500m에서 무릎을 다친 후 흐름이 끊겼지만 부상투혼은 금빛으로 채색됐다. 그동안 '에이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소치에서는 단연 으뜸이었다.

자타공인 '에이스' 심석희는 새로운 세상을 배웠다. "금, 은, 동을 모두 다 땄는데 후회는 없고 좋아요. 다만 금, 은, 동의 느낌이 다 달랐어요. 그걸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좀 더 독하고 강해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미래였다.

긴 여정이 끝났다. 올림픽을 끝낸 이들은 '맏언니' 조해리(28·고양시청) 김아랑(19·전주제일고) 공상정(18·유봉여고)과 함께 외출을 했다. 선수촌을 벗어나 러시아 소치의 코리아 하우스를 찾았다. 결전이 끝난 이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심석희는 분위기메이커로 박승희를 꼽았다. 박승희가 화답했다. 심석희는 운동할 때는 언니같이 생각될 정도로 집중력이 있지만 운동이 끝나면 열일곱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우리끼리 있으면 재밌어요. 웃기도 잘 웃고, 성격도 어두운 것이 없어요. 아이돌도 좋아하고 연예인 얘기도 많이해요. 무뚝뚝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게 전혀없어요. 다만, 하나만 얘기하자면 행동이 느려요." 미소가 번졌다. 심석희는 '만나고 싶은 연예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아이돌은 아닌데 모델 겸 배우도 하시는 김우빈이요"라고 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1000m 뒷이야기도 풍성했다. 박승희는 위기가 있었다. 중국의 판커신은 마지막 결승선 통과를 남기고 1위로 질주하는 박승희를 붙잡기 위해 팔을 뻗어 유니폼을 잡으려 했다. 다행히 박승희는 판커신의 '나쁜 손'을 피해 무난하게 결승선에 가장 먼저 스케이트화를 밀어넣었다. 박승희는 "뿌리쳤을 때 그 정도인지 몰랐다. 영상을 보니 심하게 했더라. 그걸 보고 왜 실격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며 "잡으려고 했는데 손이 덜 왔다. 짧았던 것 같아 그냥 스치는 것만 느껴졌다. 중국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반칙을 들고 나와 예상하기가 힘들다"고 말한 후 가슴을 쓸어내렸다.

심석희는 오빠가 선물한 스케이트화가 화제에 올랐다. 그는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다. 난 투덜거리며 오빠에게 잘못하는데 고맙다고 느꼈다"며 수줍게 웃었다.


조해리는 3000m 계주 금메달의 비화를 공개했다. 금빛 질주의 뒤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25·서울시청)의 금메달이 있었다. 그는 "상화가 금메달 딴 날, 그 금메달을 만졌다. 만지게 해달라고 했는데 만져보라고 해 그 기를 받아서 잘 됐다"며 웃었다.

'빙상돌'로 뜬 공상정은 "주변에도 연락도 오고 해서 찾아도 봤다. 계준 준결선 한 종목 나갔는데 감사하다. 하지만 운동 선수니까 실력으로 관심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민망하고 부끄럽다"며 수줍어 했다. 김아랑은 "연습 때만큼 성적이 안나와 생각이 많았다. 그래도 계주에서 금메달도 땄으니 남은 시간 재밌게 즐기다 가려고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여자 쇼트트랙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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