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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동메달 그 후]2연패 이상화가 쇼트 박승희에게 전한 바람은?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2-14 14:26


14일 오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올림픽파크 메달 프라자에서 빅토리아 세리머니가 열렸다.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동메달을 딴 한국 박승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국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 동계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 71명을 파견했다. 임원 49명을 포함한 선수단 규모도 120명으로 역대 최대.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메달 12개(금 4개·은 5개·동 3개)를 수확, 2006년 토리노·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종합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

박승희(22·화성시청)가 시상대에 섰다.

그는 14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올림픽 파크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메달 수여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렸다. 그녀의 뺨은 눈물이 훔쳤다. "동메달을 따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가족 얘기가 나와서…. 진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은 빨갛게 물들었지만 입가에는 애써 미소를 띄우려 했다. 경기 직후 상황이다.

하지만 시상대에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선까지의 여정은 순풍에 돛 단 듯 거침이 없었다. 500m 지존 왕멍(중국)이 부상으로 불참했고, 준결선에서도 1위로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2위가 폰타나였다. 뒤이어 열린 2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우승후보 판커신(중국)이 넘어져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중국 선수 3명이 같은 조에 포진했지만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했다.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와 리지안러우(중국)가 결선에 올랐다.

출발 자리도 똑 떨어졌다. 준결선에 가장 빨린 결승선을 통과한 박승희는 1번에 위치했다. 500m는 자리싸움이 첫 번째 승부처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러나 시련이 기다렸다. 부정 출발로 무겁게 첫 발을 뗐지만 선두를 꿰찼다. 하지만 두 번째 코너를 돌다 넘어졌다. 크리스티와 폰타나가 자리다툼을 하다 크리스티가 박승희를 쓰러뜨렸다. 펜스에 강하게 부딪힌 그는 일어나 레이스를 이어가려다 또 넘어졌다. 마음이 바빴다. 되돌릴 수 없었다. 단거리라 회복되지 않았다. 4명 중 맨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크리스티가 실격을 당하면서 동메달이 돌아갔지만 아픔이 큰 일전이었다. 리지안러우의 금메달, 폰타나의 은메달은 변하지 않았다.

후유증은 있다. 박승희는 무릎이 부어 올라 15일 열리는 1500m에 기권했다. 18일 1000m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박승희는 "금메달을 못 딴 것은 아쉽지만 괜찮다. 결국 이것도 실력"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직 경기가 더 남았다. 마음을 추스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는 일시 정지 상황이다.

후배 심석희(17·세화여고)와 김아랑(19·전주제일고)에게 의미있는 조언도 했다.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의 빙질 문제다. "얼음이 안 좋은 것 같다. 뒤에 있으면 추월하기가 쉽지 않다." 장거리로 분류되는 1500m는 다르지만 철저한 레이스 전략이 필요하다.

박승희는 국가대표 가족이다. 소치에는 삼남매가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언니 박승주(24·단국대)는 스피드스케이팅, 남동생 박세영(21·단국대)은 쇼트트랙 대표다. 그는 "선수촌에서 언니와 거의 붙어 산다. 상화 언니가 룸메이트인데, 상화 언니도 경기에 잘하라고 했는데…"라며 다시 아쉬워 했다.

박승희는 다관왕을 노리는 후배이자 1000m와 1500m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 심석희에게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주신다"고 조언했다. 메달에 집착하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었다. 메달은 그 다음 문제다. 쇼트트랙은 변수의 종목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의 레이스도 그랬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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