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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22·화성시청)가 시상대에 섰다.
출발 자리도 똑 떨어졌다. 준결선에 가장 빨린 결승선을 통과한 박승희는 1번에 위치했다. 500m는 자리싸움이 첫 번째 승부처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러나 시련이 기다렸다. 부정 출발로 무겁게 첫 발을 뗐지만 선두를 꿰찼다. 하지만 두 번째 코너를 돌다 넘어졌다. 크리스티와 폰타나가 자리다툼을 하다 크리스티가 박승희를 쓰러뜨렸다. 펜스에 강하게 부딪힌 그는 일어나 레이스를 이어가려다 또 넘어졌다. 마음이 바빴다. 되돌릴 수 없었다. 단거리라 회복되지 않았다. 4명 중 맨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크리스티가 실격을 당하면서 동메달이 돌아갔지만 아픔이 큰 일전이었다. 리지안러우의 금메달, 폰타나의 은메달은 변하지 않았다.
후유증은 있다. 박승희는 무릎이 부어 올라 15일 열리는 1500m에 기권했다. 18일 1000m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박승희는 "금메달을 못 딴 것은 아쉽지만 괜찮다. 결국 이것도 실력"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직 경기가 더 남았다. 마음을 추스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는 일시 정지 상황이다.
박승희는 국가대표 가족이다. 소치에는 삼남매가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언니 박승주(24·단국대)는 스피드스케이팅, 남동생 박세영(21·단국대)은 쇼트트랙 대표다. 그는 "선수촌에서 언니와 거의 붙어 산다. 상화 언니가 룸메이트인데, 상화 언니도 경기에 잘하라고 했는데…"라며 다시 아쉬워 했다.
박승희는 다관왕을 노리는 후배이자 1000m와 1500m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 심석희에게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주신다"고 조언했다. 메달에 집착하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었다. 메달은 그 다음 문제다. 쇼트트랙은 변수의 종목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의 레이스도 그랬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