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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말, '도마의 신' 양학선(21·한체대)은 입원중이다. 지난 3년간 쉼없이 달려왔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런던올림픽, 세계선수권 등에서 잇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세계선수권, 전국체전에서 허리, 발목통증을 참으며 뛰었다. 진통제를 맞아가며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단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기적같은 투혼을 보여줬다. "선수는 독해야죠." 소년은 싱긋 웃었다. 2014년, 새 시즌을 앞둔 겨울, 양학선은 독한 재활에 돌입했다. 척추 전문병원인 안양 평촌우리병원에서 재활과 치료에 전념중인 양학선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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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대하는 세계선수권을 한달 앞두고 사상 최악의 슬럼프가 찾아왔다. "몸 상태가 정말 안좋았다. 세계선수권을 뛸 수 있을까 속으로 걱정할 정도였다." 설상가상, 안트워프에 도착하자마자 손가락을 다쳤다. 현장 포디움 연습때까지 단 한번도 기술을 성공하지 못했다. "기술을 시도하다 다치면 어쩌지 하는 부담감은 선수 본인이 아니면 모른다"고 했다.
최악의 위기를 최선의 기회로 바꾼 건 긍정의 마인드였다. "다리를 다칠 수도 있었는데 손가락을 다친 거다. 다행이다. 액땜했다라고 생각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디펜딩챔피언' 양학선은 자신만을 믿었다. "내 자신, 내 기술을 믿었다. 몸 상태가 안좋다고 겁먹지 말자. 몸이 좋든 안좋든 기회는 한번뿐이다. 놓치지 말자고 결심했다." 압도적이고 우월한 점수로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했다. 시련을 이겨낸 승리라 더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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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은 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 척추협착증, 척추분리증을 진단받았다. 1번 요추 디스크가 판정을 받았다. 혹독한 훈련과 연습의 흔적은 고스란히 몸에 새겨졌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중에서 3바퀴반을 도는'도마의 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끝없는 반복 훈련속에 온몸은 상처투성이다. 걱정스런 눈빛에 양학선은 언제나처럼 씩씩했다. 척추 감압기 치료 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수술을 하면 예전만큼 기량이 안나온다고 해서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다. 선수들은 다 자기만의 아픈 부위가 있다. (사)재혁이형도, (김)재범이형도… 다 참고 관리하면서 운동한다."
양학선은 독하다. 부상으로 인해 훈련량이 줄면서 식사량도 줄였다. 허리부상 이후 외관상 더 살이 빠졌다. 양학선의 어머니 기숙향씨는 "아들이 밥을 통 먹지 않는 것같다"며 걱정했다. 도마 종목에서 날아오르려면 몸이 가벼워야 한다. 0.1㎏이라도 늘어나면 본인이 가장 먼저 안다. 스스로 먹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운동도 안하는데 먹는 거라도 줄여야죠."
힘들 때면 태릉선수촌에서 자신의 길을 먼저 걸어간 절친 선배들을 떠올린다. "런던올림픽에서 부상을 딛고 우승한 유도의 재범이형은 정말 대단하다. 올림픽 후 1년 쉬고 다시 들어왔는데도, 새벽 달리기에서 1등을 놓치지 않더라. 펜싱 남현희누나는 아기까지 낳고 태릉에 돌아왔는데 여전히 후배들보다 강하다. 대단하다. 형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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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은 양학선의 이름을 알린 대회였다. 광주체고 3학년, 18세의 나이에 도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11년 도쿄세계체조선수권, 2012년 런던올림픽, 2013년 카잔유니버시아드, 안트워프세계선수권까지 도마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아시안게임은 양학선의 이름을 알린 시작점"이라고 했다. 벌써 4년이 흘렀다. 모든 대회의 2연패를 목표삼은 그에게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은 "양학선 시즌2의 시작"이다. 2014년이 특별한 이유다.
최대 라이벌로 북한의 리세광이 아닌 한체대 1년 선배 김희훈을 꼽았다. 김희훈은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시라이-김희훈' 신기술(난도 6.0)을 등재했다. "희훈이형이 얼마전 도요타컵 도마 금메달을 땄다. 늘 같이 운동하는데, 기술이 느는 것이 눈에 보인다. 나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상황과 컨디션이 허락한다면 내년 4월 코리아컵에서 난도 6.4의 신기술 '양학선2(가칭)'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양학선은 아시안게임에서 도마뿐 아니라 링 종목도 욕심내고 있다. 꿈은 멈추지 않는다. "친구들과 길에서 실험해본 적이 있는데 10명 중 7명은 내 이름을 안다더라. 나머지 3명도 아는, 훌륭한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병상의 양학선이 준비된 종이에 새해 소망을 거침없이 쓱쓱 써내려갔다. '2014년 새해소망. 인천아시안게임 2관왕! 2연패!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