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격왕, 수업태도도 금메달
진종오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의 국제스포츠인재전문과정을 신청했다. 바르셀로나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선배 이은철의 권유에 마음이 움직였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이 내놓은 선수 중심의 24주 단기 프로그램은 알찼다. 국제 스포츠 인재를 꿈꾸는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글로벌 매너, 영어회화,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등으로 짜여진 실무 중심 맞춤형 커리큘럼은 흥미로웠다.
|
"모든 수업이 너무 좋다." 진종오는 실무 중심 수업에 만족을 표했다. "개강후 10주간 진행된 글로벌 매너 실습교육에서 인사법, 악수법, 대화법, 식사예절을 배웠다. 국가대표라면 경기장에서 전세계 선수들을 만나게 된다. 각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수업이 유익했다"고 했다. 어려웠던 수업으로 "스포츠 심리, 통계 수업"을 꼽았다. "너무 어려워서 난리가 났다. 교육생들이 초토화됐다"며 웃었다. 기대되는 수업을 묻는 질문에 "모든 수업이 다 기대된다. 꼭 필요한 수업들인 만큼, 어려운 수업도, 쉬운 수업도 늘 기대가 된다"며 웃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사격을 시작한 진종오는 중학교 시절 반에서 10등안에 드는, 꽤 괜찮은 학생이었다. '사격왕'의 집중력은 당연히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후배들에게도 공부를 권했다. 특히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면 영어만은 꼭 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진종오는 믹스트존에서 영어인터뷰를 할 줄 아는 몇 안되는 국가대표다.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번씩 인재육성재단에서 지원하는 1대1 영어수업을 받고 있다"고 했다.
|
"몰라도 괜찮아, 나는 공부가 재밌다"
이날 8회차 수업을 진행한 하태우 지씨엠씨 대표는 진종오의 학구열을 높이 평가했다. "진종오 선수는 굉장히 꼼꼼하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는다. 지우개로 지워가며 필기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전 노스웨스트항공 한국지사장 출신으로 대기업 CEO들의 프리젠테이션, 글로벌 매너 코칭전문가다. "운동하는 분들을 가르쳐본 것은 처음이다. 엘리트 선수 출신 학생들은 남다른 순발력이 있다. 프리젠테이션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위기상황에서 대처하는 법이 남다르다. 승부욕, 집중력, 피드백, 열정 모든 면에서 선수출신 학생들은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 교실에서 진종오와 일주일에 2번씩 마주하는 동료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소정호 대한체조협회 사무국장은 "현역선수로서 시간을 쪼개 수업에 나오는 만큼 하나라도 배워서 가려는 열의가 대단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큰 목표가 있는 만큼,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라고 귀띔했다.
런던올림픽 2관왕, 2연패를 이룬 세계 최고의 올림피언으로서, 진종오가 가는 길은 한국스포츠의 길이다. 선수로서의 길, 선수 이후의 길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아직 은퇴계획은 없다. 좋은 성적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 3연패를 언급하자 "할 수만 있다면 영광"이라고 거침없이 답했다. 선수 이후 좋은 리더의 길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후배들이, 내가 가진 모든 걸 갖고 싶어하고, 뺏고 싶어하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 운동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박학다식하고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교실에서 지켜본 '학생' 진종오의 장점은 선수 출신이되, 지레 겁먹거나 위축되지 않는 도전정신이다. "공부만 하던 학생들이 사대 앞에 서면 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 운동만 하던 선수들이 공부를 처음부터 잘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위축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초심자 아닌가. 나는 새로운 걸 배우는 것이 재밌다"며 웃었다. 담대한 강심장을 가진 '사격왕'은 지금 열공중이다. 공부-운동에서 인생의 2관왕을 꿈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