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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한테서 메시지를 받았다. 보자마자 느낌이 '팍' 전해졌다. 소녀같은 설렘이었다. 그리 적지 않은 나이의 '아줌마'인데도 말이다.
그 전과는 다르다. 시니어 데뷔 이후 그동안 소트 프로그램으로는 강렬한 이미지를 골라왔다. '죽음의 무도', '제임스 본드 메들리', '뱀파이어 키스' 등이다. 이번에 택한 'Send in the Clowns'은 서정적인 곡이다. 반면 프리 프로그램에서는 감동을 우선시 했었다.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 '레 미제라블' 등을 연기했다. 'Adios Nonino'는 이와 비교되는, 강렬한 느낌의 작품이다.
'Send in the Clowns'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곡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위니 토드'로 유명한 미국의 뮤지컬 작곡가다. 1973년 초연된 뮤지컬 'A Little Night Music'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로맨틱하면서도 슬픔을 담고 있다. "'Send in the Clowns'는 여주인공이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로, 이 음악을 들었을 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선곡 과정에서 이 곡이 떠올랐고, 꼭 한번 피겨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최종 결정을 했다." 김연아가 밝힌 선정 이유다. 안무가 윌슨은 "김연아의 파워풀하고도 서정적인 연기 스타일에 딱 맞춘 듯한 곡"이라고 했다.
그 친구의 말대로다. 과연 김연아가 어떤 연기를 펼칠지, 어떤 의상을 선보일지. 모든 게 궁금하다. 하지만 또 그 친구의 말대로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금메달 보다는 마지막 무대에 박수를 칠 준비가 필요한 듯 하다. 이제는 그럴 때다.
김연아, 그동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줬다. 아름다움, 희망, 꿈, 환희…. 물론 실망감도 있었다. 하지만 극히 조그만, 그녀가 준 선물에 묻혀서 보이지 않을 만큼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여왕은 항상 우리의 기대를 만족시켜줬다.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화려한 복귀, 우아한 연기. 이제는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우리는 그녀의 연기에서 차원이 다른 감동을 느낀다.
이번에도 기대가 크다. 소치올림픽 금메달이 벌써 눈에 아른거린다. 그런데, 여기서 멈출란다. 다시 말하지만, 내 친구의 말대로다. 이제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우리의 여왕을 사랑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지켜볼 때인 듯 하다. 다시 한번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에, 혼을 싣는 노력에 박수를 쳐줘야 할 시간이다.
"현역선수로서의 마지막 대회 프로그램인 만큼, 내가 그 동안 스케이팅을 하고 싶었던 음악을 선곡하게 되어 기쁘고, 그 만큼 멋진 경기 내용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연아의 말이다. 마지막, 그녀는 마침표를 준비하고 있다. 그 마침표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이제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쓸데없는 말 하나 추가)근데 사실 김연아에게는 확신이 든다. 두말 할 것 없이 그 느낌 아니까.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