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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을 얼룩지게 한 '린단 미스터리'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8-11 06:22 | 최종수정 2013-08-11 07:54


중국의 배드민턴 영웅 린단의 참가 자격을 두고 의혹이 일고 있다. 중국 보안 요원들의 과잉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는 린단. 가운데 검은 복장 남자의 바로 뒤 고개를 살짝 숙인 선수가 린단이다.



2013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린단 미스터리'로 얼룩지고 있다.

린단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 과정에 대해 커다란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늘고 있다.

일본대표팀을 이끄는 배드민턴의 전설 박주봉 감독은 "엄밀히 말하면 출전 자격이 없는 린단이 출전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국가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 하면 말레이시아의 남자단식 간판 리총웨이는 이번 대회를 개막하기 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린단의 출전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단은 중국의 국민 영웅이자 세계배드민턴계 스타다. 20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최다의 통산 우승(5회)을 노리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배드민턴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단식 2연패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만큼 린단은 세계 배드민턴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국에서 인기 또한 높다.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랭킹 1위인 리총웨이과 금메달을 다투게 된다. 리총웨이는 지난해 런던올림픽 결승에서 린단에 막히는 등 통산 맞대결 전적이 통산 9승21패로 린단 앞에서 유독 약했다.


이런 가운데 리총웨이를 비롯한 각국에서 '린단 미스터리'를 제기한 것은 괜한 시샘이나 견제 때문이 아니다.

그럴 만한 의문점과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린단은 현재 세계랭킹이 100위에 불과하다. 세계랭킹은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1년 동안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획득한 랭킹 포인트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린단은 런던올림픽 우승으로 1만2000점을 딴 이후 결혼 등을 이유로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다가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가 8강전에서 기권하면서 3850점을 보탠 게 전부였다.

최근 1년 새 국제대회 출전 경력이 2회밖에 되지 않았으니 세계랭킹이 저조한 것이다.

한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고유의 출전자격 제도가 있다. 5개 종목별 세계랭킹에서 64강 안에는 들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대신 한 국가당 종목별 출전 선수는 4명(조)을 넘지 못한다.

중국은 배드민턴 강국이기 때문에 세계 1∼30위권 선수만 가지고도 남자단식 4명을 모두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상위 랭커 가운데 1명을 제외시키고 100위에 불과한 린단이 포함된 것이다. 세계선수권 사상 100위의 선수가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각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와일드카드'라는 별도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는 말 그대로 개최국이나 BWF의 추천 선수에게 주어진다. 린단은 이번에 중국 협회의 '와일드카드'로 출전 자격을 얻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국민 영웅인 린단이 없으면 대회 흥행은 물론 스폰서를 유치하는데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같은 사실을 앞세워 참가 승인을 받기 위해 BWF를 압박했고, BWF가 강대국 중국의 입김에 휘둘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참가국들이 린단이 흥행카드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와일드카드'에도 납득할 만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세계랭킹 낮은 것은 물론 자기 입맛대로 국제대회를 골라가며 출전한 선수에게 '와일드카드'를 허용하는 것은 세계선수권대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정한 세계랭킹 기준을 마련하든지, 최근 1년새 국제대회 참가 횟수에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린단은 지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선수를 만나자 8강서 기권하는 등 그동안 자신이 기권한 경기의 상대가 모두 중국 선수였다고 한다. 자국 선수들의 랭킹 포인트를 올려주기 위해 일종의 '승부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세계 배드민턴에서 막대한 돈과 권력을 거머쥐었지만 '스포츠맨십'에서는 지탄받고 있는 '일그러진 영웅' 린단. 이번 대회를 계기로 '린단 미스터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광저우(중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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