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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잔류' 태권도, 롱런 위해 국내기업 후원 절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2-13 15:55 | 최종수정 2013-02-14 08:10


◇런던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에 출전한 한국의 황경선이 10일 밤(현지시각)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에서 터키의 누르 타타르를 누르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인데 왜 자국 기업의 후원이 없죠?"

지난해 런던올림픽이 열리기 전 세계태권도연맹(WTF) 관계자와 만났다. 런던올림픽은 태권도의 올림픽 퇴출여부를 결정지을 중요한 무대였다. WTF는 전자호구시스템과 즉석비디오판독제 등을 도입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동안 이어졌던 판정시비에서 벗어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스폰서였다. WTF의 관계자는 "IOC 관계자와 만날때마다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왜 자국 기업의 후원이 없냐'는 것이었다. 글로벌 기업이 있는 세계 경제 13위의 태권도 종주국이 변변한 국내 스폰서 하나 없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올림픽 퇴출을 두고 태권도와 경합을 벌이는 종목들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부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WTF는 지난해 10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런던올림픽 보고서를 제출했다.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관중수, TV시청률, 티켓 판매량, 세계화, 청소년 참가율 등 39개 항목에 대한 내용이었다. 대다수의 항목에서 태권도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제는 스폰서였다. 보고서 항목 중 스폰서에 대한 부분도 있었다. 리스트와 후원 금액을 적어내야 했다. WTF의 보고서 중 스폰서 부분은 다른 라이벌 종목들에 비해 한참 뒤떨어졌다.

WTF의 재정자립도는 취약한 편이다. 한해 50억~60억원 정도 쓰는 WTF의 예산에는 IOC지원금이 대부분이다. 마케팅 수입 증대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이를 충당할 수 있는 것이 스폰서다. WTF는 2005년부터 4년 동안 삼성과 글로벌 파트너십 계약을 했다. 그러나 이렇다할 홍보효과를 거두지 못하며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2008년부터는 호주에 기반을 둔 금융기업인 한국맥쿼리그룹과 후원 계약을 이어갔지만, 계약은 올해를 끝으로 만료된다.

태권도가 올림픽 잔류에는 성공했지만 롱런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이번 올림픽 잔류 과정에서도 예산 부족으로 힘든 싸움을 펼쳐야 했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하는 IOC의 헌장에 위배된다. 라이벌 종목들의 공격도 피할 수 없다. 스폰서는 합법적인 로비를 할 수 있는 루트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태권도 잔류는 기적이었다. WTF는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유도 뿐만 아니라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시범단만 보내도 몇천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호구 등 장비점검과 연구에도 돈이 든다. 스폰서 계약이 절실한 이유다.

다행히 스폰서 참여를 원한다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기업들은 아직까지 소극적인 편이다. 지속적인 협상을 하고 있지만,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기왕이면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나서야 그림이 좋다.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후원 참여는 많은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올림픽과 월드컵에 톱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글로벌 스폰서로 나서면 태권도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 뿐만 아니라 IOC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대외적으로 한국 내에서 태권도가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나 큰지도 보여줄 수 있다.

지원은 종주국의 자존심을 높이는 1석2조의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태권도의 홍보효과는 아직까지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넘어 세계의 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투자 대비 효과는 그 이후에 따져도 충분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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