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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일 이틀간에 걸친 '손연재 갈라쇼'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LG리드믹올스타즈2012'는 2011년 손연재를 LG에어컨 휘센 모델로 발탁한 이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LG전자가 리듬체조 발전을 위해 2년 연속 후원사로 나섰다. 지난해 5월 몽펠리에세계선수권 직전 이경화(22) 김윤희(20·세종대) 등 선배들과 함께 갈라쇼에 나섰던 손연재는 올해 나홀로 무대에 섰다. 2010년 모스크바세계선수권 32위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 세계 5위로 '폭풍성장'한 손연재의 힘을 보여줬다.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연재 갈라쇼'의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깐깐하게 짚었다.
GOOD:리듬체조 유망주를 위한 기회
'제2의 손연재'로 주목받고 있는 김한솔(강원체중)의 오프닝 무대는 의미 있었다. 2부에선 어린이 리듬체조팀이 깜찍한 연기를 선보였고, 안채희 정선화 등 초등부 랭킹 1위 선수들의 무대도 마련됐다. 유망주 시절 '김연아 갈라쇼'의 오프닝 무대에 선 경험이 있는 손연재는 "많은 관중 앞에서 연기하는 경험이 향후 후배들이 국제무대에 나갈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원 관객 앞에서 리듬체조 유망주들의 이름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됐다. '포스트 손연재'에 대한 고민과 한국 리듬체조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애정을 담아낸 프로그램이었다.
'손연재 갈라쇼'는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졌다. 그러나 리듬체조에 대한 시선이 단순히 '미모' '몸매'에 머물렀던 점은 아쉽다. 일단 리듬체조에 대한 관심은 반갑지만, 오해는 아쉽다. 갈라쇼 직후 온라인 주요 포털에 쏟아진 기사, 사진 아래는 차마 입으로 담을 수 없는 원색적인 성희롱성 댓글이 쏟아졌다. 아직 10대인 손연재, 드미트리예바 등 선수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표현한, 음란하고 낯뜨거운 댓글들이었다. 담론의 포커스 역시 선수들의 연기나 무대보다는 특정 신체부위에 맞춰졌다. 갈라쇼 현장에서 관중들이 눈과 마음으로 담아간 '감동'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손연재는 갈라쇼 공식 인터뷰에서 "리듬체조가 얼마나 아름다운 스포츠인지 알릴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기대를 반복해 말했었다. 리듬체조의 아름다움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소통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을 확인하게 한 결과였다.
POOR:세계적인 에이스에 대한 홍보 부족
아는 만큼 보인다. 런던올림픽 후 급하게 갈라쇼 일정이 확정되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점은 아쉽다. 러시아의 드미트리예바, 벨라루스의 차카시나, 우크라이나의 알리나 막시멘코 등은 매대회 세계 정상을 다투는, 명실상부한 리듬체조 에이스들이다. 국내 팬들에게 이들을 소개할 절호의 기회였다. 베소노바는 2004-2008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다. 탁월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서는 불운했다. '러시아 1인자' 카나예바에 밀려 정상을 맛보지 못했다. 그러나 '백조'라는 별명처럼 우아한 연기와 충실한 표현력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물여덟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기량과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팀 안무가로서 갈라쇼 무대에서 천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열아홉살 드미트리예바는 국내팬들 사이에 '작은 다샤'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다샤'로 불리는 '2인자' 다리아 콘다코바, '17세 신성' 메르쿨로바 등 경쟁자들의 줄부상 속에 극적으로 런던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파워풀하고 정확한 동작이 강점으로, 특히 리본 종목에서 29점대의 우월한 실력을 자랑한다.
손연재의 위상이 급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유럽의 최정상급 선수들과는 엄연한 실력 차가 존재한다. '손연재만을 위한' 갈라쇼가 아닌 '리듬체조 발전'을 위한 갈라쇼다. 모든 포커스가 손연재에게만 집중된 점은 아쉽다. '리듬체조=손연재'가 아니다.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리듬체조 열혈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리듬체조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세계적인 선수들의 현주소를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아쉽다. 현장에서 갈라쇼에 참가한 그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부족했다. 손연재가 인터뷰를 하고, 포토세션을 진행할 동안 내로라하는 에이스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기다리는 풍경은 어쩐지 불편했다. 리듬체조 갈라쇼가 '마케팅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리듬체조 발전'이라는 애초의 명분을 보다 더 진정성 있게 담아내기 위해서는, 리듬체조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세심한 노력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