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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볼 코치,'애제자'박태환 향한 절절한 편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8-22 05:04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 2연패에 도전하는 박태환이 23일 오전(현지시간) 런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 센터에서 현지 적응 훈련도중 마이클 볼 코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20723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f

'박태환의 스승' 마이클 볼 전담코치가 박태환(23·SK텔레콤)을 향해 마음 따뜻한 편지를 보냈다.

21일 SK텔레콤 스포츠단 '박태환 전담팀' 권세정 차장은 "오늘 아침 볼 코치의 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볼 코치는 평영선수인 딸과 함께 하와이팬퍼시픽대회에 출전하던 중 애제자 '파키(Parky, 볼 코치가 부르는 박태환의 애칭)'를 떠올렸다.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예기치 않은 실격, 번복 속에 은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을 향해 절절한 편지를 띄웠다. 런던올림픽 실격 사건 당시 볼 코치는 전혀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속으로 화가 많이 났지만, 박태환의 경기력을 위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롤러코스터를 오르내리며 제자가 입었을 마음의 상처를 다독이기 바빴다. 이제서야 비로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볼 코치는 "실격 판정은 불공평했다.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격 판정도, 실격 번복 판정도 흔치 않은 일인 만큼 화가 많이 났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3년 가까이 동고동락했다. 박태환 수영인생의 가장 큰 부분인 시련과 부활을 이야기함에 있어, '명장' 볼 코치를 빼놓을 수 없다. 풀 안에서의 경기력 뿐만 아니라 풀 밖에서의 정신력까지 볼 코치는 박태환의 모든것을 바꿔놓았다. 온화하고 유머러스한 성품이지만 훈련시간 만큼은 누구보다 혹독했다. 풀에서 선수들을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느라 손바닥엔 굳은살이 단단히 박혀있다. 평소 선수들과 시시콜콜한 사생활까지 스스럼없이 대화하지만, 수영에 뜻이 없는 선수에게는 단호하게 "나가!"를 외치는 엄격함을 동시에 지녔다. 자유형 400m 금메달과 세계신기록은 박태환과 볼 코치가 함께 꾼 꿈이다. 이미 훈련기록에서 3분39초대를 찍으며 파울 비더만의 세계신기록(3분40초07)을 넘어섰다.


박태환이 아팠던 만큼, 스승도 아팠다. 볼 코치는 역시 경기 후 박태환의 실격 장면을 '보고 또 보며' 복기했다. "출발 장면을 몇번이나 다시 봤지만, 박태환의 잘못은 없었다. 이런 판정은 두번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고 일갈했다. "박태환은 예선 4위로 결선에 올랐고, 올림픽에서의 포지션은 그 어느 때보다 완벽했다. 레이스 전날 쑨양의 코치인 데니스 코터렐이 박태환의 구간 기록을 옆에서 지켜보고 '대단히 빠르다. 쑨양이 이기기 힘들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고 했다.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결승에서 300m 이후까지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그간의 훈련 성과를 보여줬다.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낸 점이 자랑스럽고 대견스럽다"며 제자의 투혼을 칭찬했다.

박태환은 지난 11일 귀국한 이후 집에서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어머니 유성미씨는 "얼마나 피곤했던지 밥도 잘 안 먹고 잠만 잔다"고 근황을 전했다. 9월엔 자서전 '프리스타일 히어로' 발간과 가족여행을 계획중이다. 10월에는 4주간 군사훈련을 위해 입대한다. 지난 3년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SK텔레콤과의 재계약 여부는 9월 중순경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단국대 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인천아시안게임 등 향후 선수생활에 대한 계획도 확정지을 생각이다. '행복한 프리스타일러' 박태환의 꿈은 멈추지 않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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