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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위기론 딛고 '올림픽 붙박이' 희망 얻다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2-08-15 16:29


한국 중량급의 간판 차동민 선수가 11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여자 80kg초과급 8강에서 터키의 바흐리 탄리쿨루에게 1-4로 졌다. 탄리쿨라가 결승에 올라야 패자부활전에 나설수있다.
차동민 선수가 공격을 하고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a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선수단이 태권도 대표팀에 기대했던 바는 출전한 4개 체급(남녀 각 2체급)에서 최소한 금메달 2개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4개 체급을 싹쓸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이 끝난 지금 한국 태권도가 받아 든 성적표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지만 런던올림픽에서 벌어진 태권도 경기의 양상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나마 이 정도의 성적을 낸 것도 참으로 잘했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같은 결과는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롱런하는 데 있어 하나의 긍정적인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이번 런던올림픽은 태권도가 올림픽 붙박이 정식종목으로 분류되는데 중요한 전기가 됐다고 보여진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태권도가 계속 올림픽에 잔류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현재 올림픽 정식종목은 모두 26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들 종목들을 A부터 D, E까지 등급을 나눠놓고 있는데(수영, 육상 등 올림픽의 근간이 되는 종목이나 퇴출될 위험이 거의 없는 붙박이 정식종목들은 A등급에 속해있다.) 이 가운데 트라이애슬론, 근대5종과 함께 최하등급으로 최하등급에 속한 종목들은 향후 퇴출 논의가 이루어진다.

트라이애슬론의 경우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국제연맹회장이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의 아들로 현재 IOC 위원이자 집행위원이고, 근대5종은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을 부활할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종목으로 트라이애슬론이나 근대5종에 비한다면 태권도는 상대적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야구와 소프트볼, 우슈, 가라데, 스쿼시 등, 롤러스케이트 등 새로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해 노력하는 종목들의 면면들을 살펴보면 더욱 더 큰 위기감을 가져야 하는 종목이 바로 태권도였다.


하지만 런던올림픽 무대에서 태권도는 이렇다 할 오심이나 편파판정 등 판정논란 없이 대회를 마쳤고, 출전한 국가들이 메달을 거의 나눠 가져가다시피 함으로써 한국의 종주국 어드밴티지가 해소되고 전력 평준화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 받았다.

가장 많은 메달을 가져간 나라가 종주국 한국이 아닌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낸 스페인이었고, 총 8개 체급에 걸린 32개의 메달(동메달 2명 수여)이 21개 국가에 돌아갔다.

태권도의 새로운 룰 정착과 전자호구 도입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큰 기술, 멋진 기술에 차등해서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는 선수에 대한 확실한 벌점 부여, 그리고 경기장 크기를 축소함으로써 좀 더 공?Ю岵 경기를 유도한 점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잠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전자호구에 대한 출전국들의 적응이 끝나면서 전자호구 타격으로 인한 득점에 대한 시비가 줄어들었고, 오히려 전자호구 득점에만 의존하는 공격에서 탈피, 머리를 공격한다거나 난이도 높은 공격으로 큰 점수를 노리는 공격이 늘어났다는 점도 보는 이들에게 좀 더 큰 볼거리를 제공했다.

당초 전자호구에 대해서는 일선 지도자들 사이에서 태권도를 '발로 하는 펜싱'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전자호구로 득점하는 법에 골몰하다 보니 정작 태권도의 기술 개발을 도외시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을 통해 그와 같은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여러 제도적 보완점을 마련하고 실제로 적용함으로써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영향으로 그 동안 태권도에게 혹평을 보내기 일쑤였던 외신들의 시각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지난 13일(한국시간) "태권도가 제대로 정착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보도에서 "태권도는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 된 이후 판정시비와 부정확한 점수책정, 수비에만 치중한 플레이로 비난 받았다"며 "하지만 이번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룰 개정이 자리를 잡아갔고, 6천여명의 관중 역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전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골프와 럭비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다. 태권도와 붙박이 정식종목의 위상을 두고 경쟁할 종목이 두 종목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태권도가 런던올림픽에서 피워 올린 희망의 불씨를 잘 살려내 확실한 올림픽 붙박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좀 더 확실한 판정 매뉴얼과 공격적인 경기 유도를 위한 규칙 정비가 필요하다.

<임재훈 객원기자, 스포토픽(http://www.sportopic.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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