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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명승부 랠리 주세혁-장지커, 한솥밥 절친의 승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8-09 08:53


◇9일 새벽 남자탁구 단체전 결승전 직후 기자회견 중 장지커와 주세혁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명승부에 보는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계속되는 랠리,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절친'은 그렇게 우정의 승부를 가렸다.

9일 새벽(한국시각) 런던 액셀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탁구 단체전 결승, '런던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 장지커(세계 1위)와 '세계 최강 수비달인' 주세혁(31·삼성생명·세계 10위)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유승민에 이어 한국의 2번 주자로 나선 톱랭커 주세혁은 특유의 끈질긴 커트 플레이로 올림픽 챔피언을 괴롭혔다. 첫세트를 5번의 듀스끝에 9-11로 내줬고 2세트를 11-5로 잡아내는 박빙의 경기를 펼쳤다. 주세혁 특유의 철벽 수비와 흐름을 끊어내는 날선 드라이브가 먹혀들었다. 그러나 3세트를 장지커의 한박자 빠른 공격에 말리며 6-11로 내준 후 승부가 기울었다. 4세트 2-6 스코어를 7-8까지 따라붙으며 마지막까지 분전했지만 결국 1-3으로 2라운드를 내주고 말았다. 세트스코어 0대3,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뛰어온 주세혁은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올해 초 헝가리, 카타르, 쿠웨이트오픈 등에서 잇달아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랭킹이 5위까지 상승하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갔으나 지난 4월 베체트병(류머티스성 자가면역질환) 판정을 받으며 4~5월 두달간 훈련을 전혀 하지 못했다. 승인받은 약물로 아픔을 다스리며 올림픽 무대에 나섰다. 그러나 베테랑의 힘은 강했다. 투혼의 은메달로 마지막 올림픽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게 됐다.

이날 장지커와 주세혁의 맞대결은 명불허전이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공격을 거짓말처럼 받아내는 주세혁과 세계 최고 수비전형의 커트를 신들린듯 받아내는 장지커의 대결은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팽팽했다. 결과와 무관하게 '세계 최강 창'과 '세계 최강 방패'의 격돌은 아레나를 가득 메운 탁구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장지커와 주세혁은 2010~2011년 2시즌동안 중국리그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주세혁은 지난 1월 헝가리오픈 준우승 당시 장지커를 4대0으로 돌려세운 좋은 기억이 있다. 런던올림픽 결승전,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격돌했다. 서로의 플레이와 자신의 경기를 평가해 달라는 말에 장지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주세혁은 정말 좋은 선수다. 개인적으로도 친하다. 중국 클럽에서 함께 뛰었다. 오늘 우리 둘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2세트 때 어려운 경기를 펼쳤지만 이후로는 내 플레이를 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주세혁은 "초반에 장지커가 범실이 나고 해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너무 커트, 수비위주의 경기를 한 것이 아쉽다. 커트 플레이에 상대가 적응했던 것 같다. 2세트를 잡은 후 3세트에서 좀더 과감하게 반격해야 했는데 소극적 커트 위주로 했던 것이 패인이다"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하게 해서는 장지커를 이길 수 없다. 장지커가 내 커트를 끈질기게 받아쳤다. 올림픽 금메달감이라 생각한다"며 올림픽 챔피언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두 선수는 기자회견 중 서로 담소를 나누며 친근감을 표했다. 사력을 다한 승부 후 서로를 격려하는 시선은 훈훈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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