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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배구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우생순' 女배구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8-07 21:13


올림픽 여자 배구팀이 3일(현지시간) 오후 얼스코트에서 열린 예선 4차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5세트 접전끝에 터키에 3-2로 아깝게 패했지만, 예선전적 2승2패로 8강 진출 가능성은 남겨놓은 상태다. 런던=올림픽사진기자단

한국 여자배구의 런던올림픽 8강 진출은 배구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달성한 쾌거였다.

런던행 비행기 좌석부터 대한배구협회의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신장이 1m90에 가까운 선수들이 비지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에 앉아 12시간이 넘는 장시간을 날아가는 불편함을 감수했다. 협회는 편도 7000만원에 달하는 비행기값을 대줄 형편이 아니었다. 2009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배구회관을 매입하면서 발생한 은행 차입금을 갚아 나가기 바쁘다.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을 때 1억원의 포상금 지급도 한국배구연맹(KOVO)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협회와 KOVO는 3월 공동지원단을 구성해 올림픽예선전에 참가하는 남·녀 대표팀의 임원 및 선수수당 등 사기진작을 위해 포상금과 1일 훈련비(10만원)를 지급했다.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KOVO는 주인을 잃은 드림식스 인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자금을 더 투입해야 하는 문제로 더 이상의 지원이 어려워졌다. 공동지원단은 본선을 앞두고 해체되고 말았다.

협회는 본선에서 대표팀의 1일 훈련비를 대기도 빠듯하다.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2억원 중 1억2000만원을 대표팀 선수들의 1일 수당으로 책정해 놓았다. 이미 8000만원은 허비했다. 7월 중순 출정식의 명목이었다. 기업 후원이 없으면 선수들에게 수당조차 챙겨주기 힘든 협회 재정을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행사였다. 협회는 이제 메달 포상금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협회의 즉흥 행정은 발빠르게 포상금을 정해놓은 타 종목들과 비교가 되도 너무 된다. 축구의 경우 4월 대한축구협회는 이사회를 통해 런던올림픽 본선 성적에 따른 포상 금액을 확정했다. 4강 진출시 감독에게 6000만원이 돌아가고, 선수들은 4개 등급으로 나뉘어 2500만~4000만원 등 총액 8억8500만원을 받게 된다. 메달을 따게 되면 포상금은 급격하게 인상된다. 메달 색깔에 따라 6억~10억원의 인상폭이 기다리고 있다. 동메달을 목에 걸 경우 15억20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은메달을 따면 이보다 6억원이 많은 21억4000만원, 금메달을 차지하게 되면 31억3000만원이 포상금으로 지급된다. 메달색깔에 따라 A등급에 해당되는 선수들은 7000만~1억5000만원까지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도 최소 7000만원에서 최고 2억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핸드볼의 경우에도 SK그룹에서 일인당 300만원씩의 승리수당을 제시했다. 배드민턴도 미리미리 포상금이 조성됐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협회에서 매년 1억 원을 지원금으로 만들어 놓았다. 현재 마련된 4억원의 지원금은 올림픽 종료 후 선수들의 성과에 따라 포상금 및 격려금으로 차등 지급될 예정이다.

최근 배구 꿈나무들로 구성된 '어게인 1976' 응원단과 함께 런던을 찾은 협회의 한 전무이사는 겨우 5000달러(약 560만원)를 격려금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없는 살림에 격려금이라도 챙겨준 것에 기뻐해야 했을까. 아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사기는 오히려 더 땅에 떨어졌다.

돈을 떠나서 배구인들의 무관심이 선수들의 사기를 더욱 저하시키고 있다. 배구 관계자들은 한국이 '죽음의 조'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코칭스태프에게 한통의 축하와 격려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 목표인 8강을 달성했으니 '할 만큼 했다'라는 뜻일까. '메달을 딴 뒤 축하를 건네겠다'라는 의미일까. 협회와 배구인들에게 묻고 싶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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