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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김종현에 2위 놓친 에몬스의 '희한한' 마지막발 징크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8-07 13:55 | 최종수정 2012-08-07 14:03


모두가 숨을 죽인 마지막 한발. 선수들은 4년의 준비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유독 긴장하는 한 사나이가 있었다. 총성이 울렸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김종현이 환하게 웃는 순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표적을 응시했다. 미국의 사격스타 매튜 에몬스 이야기다.

에몬스는 7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울위치 왕립포병대 기지의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50m 소총 3자세에서 1271.3점을 쏘며 이탈리아의 니콜로 캄프리아니(1278.5점)와 한국의 김종현(1272.5점)에 이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에몬스는 이날 결선 10발 중 9번째까지 2위를 지켜 은메달이 확실해 보였다. 3위 김종현과의 점수차는 1.6점이었다. 점수 차가 크지 않은 소총의 특성상 사실상 순위가 확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에몬스의 마지막 사격 점수는 어이없게도 7.6점이었다. 이날 결선 참가자 8명을 쏜 가장 낮은 점수였다. 반면 김종현은 10.4점을 명중해 1.2점차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에몬스는 세 번째 도전에서도 징크스에 울었다. 에몬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50m 소총 복사에서 금메달을, 2008 베이징 대회 때는 같은 종목 은메달을 따낸 사격계의 스타다. 그러나 유독 50m 소총 3자세에서는 '마지막발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했다. 그답지 않은 결정적인 실수가 이어졌다. 아테네올림픽에서는 3점차 선두를 지키던 10발째 발을 다른 선수의 표적에 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최하위로 떨어졌다. 베이징올림픽 때도 9번째까지 3.3점차로 선두를 달리다 남은 한발을 올림픽 결선에서 볼 수 없는 4.4점에 맞추면서 4위로 밀려났다. 세 번째 도전인 런던에서도 10번째 사격에 역전을 허용하면서 '마지막발 징크스'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불운에 역전에 성공한 김종현도 "경기가 끝나고 미안하다고 했다. 말이 통한다면 술이라도 사주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발 징크스가 불운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징크스를 통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2004년 아테네에서 상심에 빠진 에몬스를 위로한 카트리나 에몬스(체코)와 결혼에 골인했다. 카트리나는 런던에서도 징크스에 운 남편을 향해 "베이징올림픽 이후 엄청난 압박감과 그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극복해낸 남편이 자랑스럽다"며 "에몬스는 올림픽에서 메달 두 개를 따내고 네 차례나 결선에 오른 선수다. 그를 실패한 선수로 기억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에몬스는 지긋지긋한 징크스에도 불구하고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은메달을 놓친 것보다 마침내 소총 3자세에서 첫 메달을 따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에몬스는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결과적으로 메달을 땄으니 난 지지 않았다.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자체로 멋지지 않은가"라고 여유 있게 말했다. 이런게 올림픽 정신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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