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숨을 죽인 마지막 한발. 선수들은 4년의 준비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유독 긴장하는 한 사나이가 있었다. 총성이 울렸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김종현이 환하게 웃는 순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표적을 응시했다. 미국의 사격스타 매튜 에몬스 이야기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발 징크스가 불운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징크스를 통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2004년 아테네에서 상심에 빠진 에몬스를 위로한 카트리나 에몬스(체코)와 결혼에 골인했다. 카트리나는 런던에서도 징크스에 운 남편을 향해 "베이징올림픽 이후 엄청난 압박감과 그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극복해낸 남편이 자랑스럽다"며 "에몬스는 올림픽에서 메달 두 개를 따내고 네 차례나 결선에 오른 선수다. 그를 실패한 선수로 기억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에몬스는 지긋지긋한 징크스에도 불구하고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은메달을 놓친 것보다 마침내 소총 3자세에서 첫 메달을 따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에몬스는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결과적으로 메달을 땄으니 난 지지 않았다.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자체로 멋지지 않은가"라고 여유 있게 말했다. 이런게 올림픽 정신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