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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남은 3초는 그저 서서 보냈다. 2라운드가 끝났다. 14-14. 마지막 1점이 남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승패를 가리기로 했다.
이정현 코치가 최병철의 옆에서 속삭였다. "병철아. 이번 콩트라타크는 복합공격이다. 발디니는 압박 후에 바로 치고 들어오는 것에 약해. 우리 준비한 거 있지? 그걸로 가자." 최병철도 고개를 끄덕였다.
1분이 지났다. 피스트에 섰다. 15초 만에 저돌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동시에 판독기 불이 들어와 점수로 인정되지 못했다. 다시 '알레'가 들렸다. 숨을 가다듬었다. 발디니 쪽으로 치고 들어갔다. 발디니가 움찔했다. 놓치지 않았다. 빨간색에 불이 들어왔다. 콩트라타크가 성공했다. 15대14.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12년만에 남자펜싱에서 나온 소중한 메달이었다.
공격이 강하고 수비가 약한만큼 원포인트 게임(1점차 승부)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준비가 필요했다. 최병철이 운동할 동안 이 코치는 밤을 새워 상대들을 분석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상대별로 맞춤 콩트라타크를 준비해왔다. 이 코치는 "병철이가 지난해초부터 원포인트 경기에서 져본적이 없다. 다 병철이가 열심히 해준 덕분이다"고 말했다.
스승의 그윽한 시선을 최병철도 느꼈나보다. 인터뷰 말미 상대를 제압한 콩트라타크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최병철의 답은 '스승'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쫓기는 느낌이 들었을텐데 오늘은 희한하게 마음이 편했허요. 이 코치님이 1분의 휴식 시간 동안 해야할 것을 가르쳐줬어요. 기합도 많이 넣어 주셨어요."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