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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의 테크니션'윤재영,세계7위 미즈타니 준 꺾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5-18 23:00


◇윤재영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왼손 테크니션' 윤재영(29·대우증권, 108위)이 세계 7위 미즈타니 준을 꺾었다.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코리아오픈 단식 32강에서 윤재영은 4대2(12-10, 10-4, 10-5, 5-10, 6-10, 10-4)로 일본 톱랭커 미즈타니를 돌려세웠다. 첫세트 4-8 을 듀스접전 끝에 12-10으로 뒤집었다. 특유의 위력적인 드라이브가 '생각대로' 먹혀들었다. 예기치 않은 기세에 미즈타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재영은 "랭킹이 높은 선수라 오히려 부담없다 생각했다.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나섰다. 2-3구에서 적극적으로 선제공격을 노린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스스로 승인을 분석했다.

'승자' 윤재영이 관중석 앞을 지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대표팀 선후배들이 너도나도 손을 내밀며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탁구팬들의 사인공세도 이어졌다. "올림픽을 앞두고 상위 랭커를 잡으면 우리나라 랭킹포인트 올려 시드 배정에 도움이 된다"며 기분좋게 웃었다. 삼성생명 입단 동기인 '절친' 유승민과 '한솥밥 선배' 오상은의 런던행에 힘을 실어줬다. 세계 톱랭커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내로라하는 한국 에이스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지는 가운데 '베테랑' 윤재영의 파이팅은 유난히 빛났다.


◇윤재영이 18일 미즈타니 준과의 32강전 직후 초등학교 선수이자 열혈 탁구팬인 손석현 군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친구이자 라이벌인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의 그늘에 가렸지만 '자타공인' 최고의 왼손 테크니션이다. 열여섯이던 1999년 전국체전 단식 준우승, 2000년 전국종별선수권 고등부 단식 우승, 2001년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대우증권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지난해 대통령기 시도대항 탁구 단체전 결승에서 삼성생명 주세혁을 꺾었다. 대우증권의 창단 이후 첫 단체전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윤재영은 '플레잉코치' 최현진과 손을 맞춰 복식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달 한국마사회컵 SBS탁구챔피언전 복식 우승을 꿰찼고 '차세대 에이스' 김민석(KGC인삼공사)을 꺾고 단식 4강에 진출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안방'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에서 세계 최강 에이스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윤재영은 2년 전부터 아침 저녁 빼놓지 않고 류머티스 약을 먹고 있다. 잠잘 때면 온몸에 통증이 엄습한다. 경기 직후 윤재영의 손마디는 눈에 띄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2010년 3월 결혼한 윤재영은 서하(3), 서해(2) 두 딸을 둔 믿음직한 가장이다. 아픔을 참고 뛰어야 할 '삶의 이유'이자 '탁구의 동력'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남다른 투혼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윤재영의 숭일고 선배이자 멘토인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은 "류머티스 약을 먹으면서도 동계훈련을 잘 버텨냈다"고 귀띔했다. "서브 구질이 까다롭고 백드라이브가 뛰어나다. 남자다운 성격에 야성적인 플레이가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윤재영은 19일 가오닝과 16강에서 맞닥뜨린다. "5년 전쯤 코리아오픈에서 가오닝과 맞붙어 3대4로 진 적이 있다. 팽팽한 승부였던 만큼 이번에도 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상수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한편 이날 남자단식 32강전에선 지난대회 준우승자인 이상수(삼성생명)가 세계 20위 지앙티아니를 4대0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프로투어 대회에 강한 승부사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16강에서 세계 1위 마롱과 만난다. '왼손 에이스' 이정우(국군체육부대)는 헝츄시앙(대만)를 돌려세웠다. 탕펭(홍콩)을 꺾고 올라온 세계 2위 장지커(중국)와 16강에서 만난다. 김민석은 챈 가즈히로(일본)와의 맞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대4로 패했다. 특히 런던올림픽을 앞둔 대표팀의 부진은 아쉬웠다. '대표팀 맏형' 오상은(대우증권)은 '한수 아래' 다카기와 다쿠(일본61위)에게 3대4로 패하며 16강행에 실패했다. 주세혁은 발목 봉와직염 재활로 인해 기권했다. 런던올림픽 엔트리 3명 가운데 유승민이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19일 8강 진출을 놓고 필생의 라이벌 왕하오와 맞닥뜨린다.

여자단식에선 '맏언니' 김경아가 나홀로 16강에 올랐다. 여자단식 32강전에서 일본의 후지이 히로코(40위)를 4대1(5-11 11-9 11-9 11-5 13-11)로 돌려세웠다. 19일 16강에서 리샤오샤(중국, 세계랭킹 4위)와 격돌한다. 런던올림픽 대표 박미영(삼성생명)은 리자웨이(싱가포르)에게 0대4로, 석하정(대한항공)은 워지아두(독일)에게 2대4로 패하며 탈락했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만리장성과 미처 맞닥뜨리기도 전에 무릎을 꿇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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