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드라이브에 힘이 실릴 것 같다."
선수생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꾸던 런던올림픽의 해, 느닷없이 소속팀을 잃었다. 유남규 남자대표팀 전담감독의 배려 속에 지난 3개월간 열 살도 더 어린 후배들과 함께 태릉선수촌에서 땀을 흘렸다. "백수의 속이 오죽했겠냐"며 웃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오상은은 직접 살 길을 찾아나섰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김 감독이었다. "그냥 기다려서는 안되겠더라. 자존심도 버렸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도와달라고 했다."
90년대부터 2012년까지 긴 세월을 관통한 '에이스' 김택수-오상은의 인연은 같하다. 1995년 이후 20년 가까이 대표팀에서 동료, 선후배, 사제지간으로 동고동락했다. 2003년부터 2년간 KGC인삼공사의 전신인 KT&G에서 선수-코치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유난히 손발이 잘 맞는 '환상의 복식조'였다. 둘이서 함께 따낸 메달만도 수십개에 달한다. 1995년 중국 텐진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김택수, 오상은이 함께한 남자대표팀은 동메달을 따냈다. 이후 2001년 오사카 세계선수권 남자복식, 2003년 파리세계선수권 남자복식에서 잇달아 동메달을 합작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남자복식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우증권 막강 전력 구축
대우증권은 오상은의 가세로 최강 전력을 구축하게 됐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단체전서 오상은과 함께 동메달을 합작한 '절친' 윤재영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영건' 정영식-서정화 등 후배들도 반색하고 있다. '백전노장' 오상은의 플레이를 가까이서 보고 배울 점이 많다.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김택수-오상은의 탁구를 함께 전수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행운이다. 한국 탁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긍정적이다. 김 감독 역시 "상은이가 KGC인삼공사 시절 김민석에게 그러했듯, 정영식, 서정화 등 후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남다른 기대감을 표했다.
"진짜 열심히 해야 한다." 오상은은 대우증권 입단 직후 인터뷰에서 강한 결의를 내비쳤다. "새 팀에서 성적을 내야 하고, 맏형으로서 역할도 해내야 한다. 성적으로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입단 확정 직후인 20일 오후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독일 도르트문트로 출국했다. 런던올림픽 D-129,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