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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행'오상은"드라이브에 힘이 실릴 것같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3-20 14:42


"이제 드라이브에 힘이 실릴 것 같다."

'한국 탁구대표팀의 맏형' 오상은(35)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지난 3개월이 3년처럼 길었노라고 털어놨다. 런던올림픽의 해를 앞두고 지난 연말 소속팀 KGC인삼공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고의적인 태업이 이유였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했다. 10년간 팀을 위해 몸바친 대한민국 대표 에이스에게 가혹한 조치라는 여론의 비난이 일었다. 누구보다 추운 겨울을 보냈다. 3개월간 소속팀 없이 떠돌아야 했다. 새 봄과 함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오상은이 대우증권 유니폼을 입었다. 오랜 동료이자 선배이자 스승인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이 손을 잡아주었다. 에이스의 어깨가 활짝 펴졌다. "기분이 좋다"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오상은-김택수 '환상 복식조'의 재회

선수생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꾸던 런던올림픽의 해, 느닷없이 소속팀을 잃었다. 유남규 남자대표팀 전담감독의 배려 속에 지난 3개월간 열 살도 더 어린 후배들과 함께 태릉선수촌에서 땀을 흘렸다. "백수의 속이 오죽했겠냐"며 웃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오상은은 직접 살 길을 찾아나섰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김 감독이었다. "그냥 기다려서는 안되겠더라. 자존심도 버렸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도와달라고 했다."

90년대부터 2012년까지 긴 세월을 관통한 '에이스' 김택수-오상은의 인연은 같하다. 1995년 이후 20년 가까이 대표팀에서 동료, 선후배, 사제지간으로 동고동락했다. 2003년부터 2년간 KGC인삼공사의 전신인 KT&G에서 선수-코치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유난히 손발이 잘 맞는 '환상의 복식조'였다. 둘이서 함께 따낸 메달만도 수십개에 달한다. 1995년 중국 텐진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김택수, 오상은이 함께한 남자대표팀은 동메달을 따냈다. 이후 2001년 오사카 세계선수권 남자복식, 2003년 파리세계선수권 남자복식에서 잇달아 동메달을 합작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남자복식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가장 어려운 순간 '선배' 김택수가 '후배' 오상은을 끌어안았다. 후배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탁구 선배로서 지난 연말 KGC인삼공사 해고 사태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오던 차에 한달 전쯤 상은이가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18일부터 대우증권 유니폼을 입게 됐다"며 영입 사실을 공식화했다. '환상의 복식조'가 스승과 제자로 다시 뭉쳤다. 오상은은 "나를 받아준 대우증권과 김감독님께 감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우증권 막강 전력 구축

대우증권은 오상은의 가세로 최강 전력을 구축하게 됐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단체전서 오상은과 함께 동메달을 합작한 '절친' 윤재영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영건' 정영식-서정화 등 후배들도 반색하고 있다. '백전노장' 오상은의 플레이를 가까이서 보고 배울 점이 많다.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김택수-오상은의 탁구를 함께 전수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행운이다. 한국 탁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긍정적이다. 김 감독 역시 "상은이가 KGC인삼공사 시절 김민석에게 그러했듯, 정영식, 서정화 등 후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남다른 기대감을 표했다.

"진짜 열심히 해야 한다." 오상은은 대우증권 입단 직후 인터뷰에서 강한 결의를 내비쳤다. "새 팀에서 성적을 내야 하고, 맏형으로서 역할도 해내야 한다. 성적으로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입단 확정 직후인 20일 오후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독일 도르트문트로 출국했다. 런던올림픽 D-129,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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