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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이를 믿는다. 내가 총대를 매겠다."
12월 말 갑작스런 오상은 해고 사태 이후 충격에 휩싸인 KGC인삼공사 선수단은 훈련도 하지 못한 채 선발전에 나섰다. 하루아침에 감독과 코치를 잃은 '막내' 김민석은 흔들렸다. 형처럼 따랐던 이상준 코치 해고에 대한 충격과 상처가 컸다. 선발전 벤치에 고참 선수들이 앉아 말없이 물만 건넸다. 변변한 작전 지시도 없었다. 5일간 계속된 대표 선발 리그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민석은 선발전 넷째날인 7일 4경기에서 4전패했고, 8일 마지막날 왼손 에이스 서정화에게 1대3으로 패하며 9위를 확정했다.
선발전 기간 내내 '대표팀 사령탑' 유 감독은 김민석 때문에 잠을 설쳤다. "민석이가 겉으론 강해보이지만 마음이 여리다"고 했다. "이 정도 어려움도 극복하지 못해서야 어떻게 중국을 넘어서냐"며 때때로 혼자 분통도 터뜨렸다. 중립을 지켜야 할 전임감독이지만 재능 있는 제자의 추락을 그저 '강건너 불구경' 할 순 없었다. 남몰래 김민석을 불러세워 "대표팀에서 너의 감독이 될 사람은 나다. 태극마크만 생각해라. 흔들리지 말라"고 주문했다.
한국 최고의 탁구스타 출신인 유 감독은 김민석의 보석같은 재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집에 돌려보내기에는 재능이 아깝다. 내가 총대를 매겠다"는 직설화법으로 김민석을 다시 품었다. "나는 민석이를 끝까지 믿는다"고 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탁구천재'의 탈락 이후를 염려했다. 런던올림픽의 해, 대표팀 탈락은 선수로서 꿈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유 감독은 소속팀의 내홍 속에 마음을 잡지 못하는 김민석의 '보호자'를 자청했다. 당장 15일부터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유 감독이 '에이스' 김민석을 다시 꿈꾸게 했다. 김민석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 감독을 다시 꿈꾸게 할 차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