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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택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67)을 만나보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체육계 현안에 해박하고, 빈틈없는 논리로 한국 스포츠의 비전을 제시한다. 또 조직의 성격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강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체육공단 관계자들은 물론, 체육계 인사들은 지난해 10월 정 이사장이 취임한 후 체육공단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동안 왠지 느슨하고 맥이 빠져 있던 조직에 활기가 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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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사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인사 평가 방식을 바꾸고 인사에 공정성을 기해 불만을 없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인사를 통해 흐트러진 조직을 바로 세우고자 했다. 정 이사장은 "가장 이상적인 인사는 능력에 맞게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조직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을 하기 때문에 100% 공정한 인사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공동체 입장에서 보면 수긍할 수 있는 인사는 가능하다. 이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이전에는 인사 발표 보름 전부터 설이 난무했고, 인사 때면 이사장실을 기웃거리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정 이사장 체제가 들어선 후 인사에 대한 군말이 사라졌다. 정 이사장의 사심없는 리더십이 이후 조직 장악으로 이어졌다.
체육공단은 올해 공단가를 새로 제정했다. 이전에도 공단가가 있었지만 직원들 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잊혀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흐트러진 분위기를 바로 세우고 자긍심을 심어줄까 고민하던 정 이사장은 새로운 공단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마침 조용필의 히트곡 '허공'을 만든 작곡가 정풍송씨와 연이 닿아 새로운 공단가를 만들었다. 정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이전 곡과 새 공단가를 부르게 하고 선택하게 했다. 정 이사장은 "직원들이 공단가를 들고 부르면서 조직에 대한 애착, 자긍심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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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믿음, 그리고 권한이행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소장 출신이다. 군 출신답게 국가관과 사명감이 또렷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생각만 내세우는 독단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소통을 중시하고 믿음을 바탕으로 한 권한 위임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 지 잘 알고 있다.
정 이사장은 큰 틀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나머지는 본부장이나 실장들에게 권한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인사만 해도 그렇다. 팀장급 인사만 직접 평가해 챙기고, 나머지는 각 부서의 부서장 재량에 맡겼다. 상명하복식 리더십이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오래 가지 못한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시대의 화두가 된 소통도 마찬가지다.
정 이사장은 업무를 체크하고 조직을 점검하고, 조직원들의 의견을 듣느라 늘 바쁘다. 사내 체육대회, 동호회 활동, 회식에 빠짐없이 참석해 귀를 기울인다.
체육공단의 한 직원은 정 이사장이 축구 동호회 경기에서 직접 뛰고 뒤풀이 자리에서 막걸리를 함께 마시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솔직히 술을 마시면 피곤해지니까 집에 빨리 가서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직원들과 등산을 한 후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존경받는 리더십은 거저 주어진 게 아니다. 정 이사장의 눈과 발은 늘 현장에 가 있다. 지난 1년 2개월 동안 경륜이 열리는 광명 스피드돔과 경북 영주, 인천광역시 영종도의 훈련원, 전국 18개 발매소를 적게는 두 번씩, 몇몇 곳은 네 차례나 방문했다. 주중 업무 시간을 피해 주로 주말에 현장을 찾아 갔다. 갈 때마다 두 손에 떡을 챙겨들었다.
"이전에는 이사장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자주 봐서 좋다고 하더군요."
체육공단은 올해에만 '대한민국 소통경영 종합대상' 등 외부기관이 수여하는 3가지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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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초 한국 스포츠는 위기에 처했다. 국회 행정위 소속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 등이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했다. 스포츠토토에 레저세를 과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매년 평균 3700억원의 체육기금이 줄어 지원사업의 60% 이상 축소가 불가피했다. 지원사업 기금이 줄어들면 한국 체육 전반에 걸친 경쟁력 약화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위기에서 정 이사장은 발빠르게 대처했다.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체육계 차원에서 대응논리를 개발했으며, 정부 부처와 국회를 찾아 설득했다.
정 이사장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국민생활체육회 등 체육 4단체에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이 참여하는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단체의 입장에서 현안을 바라보고, 때때로 대립해 온 체육단체들이 하나가 돼 지방세법 개정 저지에 나섰다.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움직였다. 정 이사장은 우군이 돼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20여명 중 절반 이상을 만났다고 했다. 체육단체가 똘똘 뭉쳐 설득한 결과 지난 2월 25일 정부와 여당은 지방세법 개정안의 입법 철회를 결정했다.
체육 4단체장들은 지금도 분기별로 한 차례씩 만나고 있다. 체육 4단체의 실무 책임자인 사무총장(체육공단 전무)들은 매월 만나 체육계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체육계 현안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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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공단은 정체된 조직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조직이 됐다. 정 이사장의 빠르고 과감한 결정,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 덕분이다.
체육공단은 베트남과 경륜사업 해외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대만과 베트남, 나이지리아에 스포츠토토의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국내 투표권 사업을 성공시킨 기술력, 시스템을 통해 해외수출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사실 체육공단은 가만히 있어도 기금 조성이 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자칫 안일하게 현실에 안주하다가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정 이사장은 "전성기를 누렸던 일본 파친코가 지금은 업장의 4분의 1 정도가 문을 닫을 위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야를 넓혀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체육공단이 소유하고 있는 분당과 일산스포츠센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비인기종목인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여자축구단을 창단했다. 또 체육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컴플렉스 사업 추진이 정 이사장 취임 이후 탄력을 받았다.
정 이사장은 이와 함께 바둑을 스포츠토토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 5단 실력인 정 이사장은 "세계 최고였던 한국바둑이 최근 중국에 밀리고 있다. 한국바둑이 위상을 회복하려면 저변이 넓어져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30년 넘게 매일 아침 한 시간씩 테니스를 쳐온 체육인이기도 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