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사랑하는 스포츠.'
게다가 F1 드라이버들 가운데 상위권을 휩쓰는 선수들은 '돈과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역대 두차례 드라이버 챔피언십 타이틀을 차지했고 올 시즌에도 드라이버 부문서 3위를 달리고 있는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의 경우 연봉만 450억원 이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일류 기업의 각축장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이들이 쏟아붇는 돈과 현물, 유무형의 서비스만 1년에 3조~4조원 이를 정도다. 또 BMW, 도요타, 혼다 등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해 최근 몇년간 차례로 F1에서 철수했지만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르노 등 세계 유수 자동차 메이커들은 여전히 엄청난 돈을 투여해 직접 워크스팀을 운영하며 R&D(연구개발)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F1에서 팀을 운영하거나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함과 동시에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프로 매거진에 따르면 2009년 가장 많은 돈을 낸 기업은 오스트리아의 음료업체인 레드불사이다. F1에 레드불 레이싱, 토로 로소 등 2개의 팀을 운영중인 레드불은 지난해 무려 2억5700만달러(약 3030억원)를 쏟아부었다. 이어 도요타(2억2400만달러), BMW그룹(2억2000만달러), 말보로(2억달러), 메르세데스 벤츠(1억4250만달러), 르노(1억5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말보로(필립모리스)는 워크스팀을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액수를 마케팅비로 내놓았다.
물론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팀은 스폰서 기업이 많이 따라붙는다. 팀별로 후원액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전통의 빨간색 머신(F1 레이싱카)을 자랑하는 F1 최고의 인기팀 페라리팀의 경우 2009년 4억400만달러(약 5500억원)을 후원받았고, 맥라렌팀은 3억7745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반면 스파이커팀을 인수해 2007년 창단된 포스인디아팀은 1억1995만달러(약 1410억원)로, 페라리팀 후원액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2009년 10개팀(올해는 12개팀)이 팀 운영비로 쓴 돈만 25억달러(약 3조원)가 넘는다. 2007년에 역대 최다인 32억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F1의 운영주체인 FIA에서 엔진이나 섀시 개발비용을 줄이고 원메이커 타이어를 쓰도록 하는 등 절감 노력을 기울인데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해 비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달리는 브랜드 광고판
F1 머신과 레이싱복을 입은 선수들은 달리거나 혹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으로 불린다. 천문학적인 돈을 대는 후원사 브랜드가 빽빽하게 새겨져 있기 때문.
드라이버가 들어가는 운전석 하단 사이드 포드는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이다. 팀별로 다르지만 한 시즌에 최대 5000만달러(약 589억원)에 이를 정도로 가장 비싸다. 맥라렌팀은 팀의 메인 스폰서인 영국 통신사 보다폰, 레드불팀은 레드불 브랜드가 이 곳에 새겨져 있다.
운전석 뒤에 위치한 엔진 커버는 그 다음으로 비싸다. 4000만달러(약 472억원)를 호가한다. 페라리팀의 경우 메인 스폰서인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가 담배 직접 광고 제한 규정으로 인해 이 곳에 브랜드명인 말보로 대신 제품을 연상시키는 바코드를 새겨 놓으며 간접 광고를 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마일드세븐을 만드는 JT, 카멜-럭키 스트라이크 등을 만드는 BAT 등 많은 담배회사들이 F1을 후원했지만 광고 제한으로 인해 대부분 철수를 했고 필립모리스만 일단 2011년까지 계약을 해놓은 상태다.
이밖에 리어윙(1600만달러), 터보 사이드(1250만달러) 등도 광고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머신 1대에만 9개 정도에 광고가 들어가며 이를 모두 합치면 무려 1500억원이 넘는다.
헬맷부터 시작해 신발까지 광고로 도배된 드라이버들이 받는 연봉도 어마어마하다. 무려 7번의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따내며 역대 최고의 드라이버로 불렸고, 은퇴를 했다 4년만인 올 시즌 F1에 다시 복귀한 '레이싱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의 경우 전성기 시절 연봉과 광고수입 등을 포함해 1년에 80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스포츠 스타 연봉 1,2위를 다퉜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드라이버 가운데 현재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는 알론소로, 팀에서만 3000만유로 즉 450억원이 넘는 돈을 받고 있으며 2008년 드라이버 챔피언십 타이틀을 따냈던 루이스 해밀턴(맥라렌)이 1600만유로로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2009년 최저 연봉자는 부르노 세나(당시 HRT)로, 15만유로(약 2억3000만원)를 받고 있다. 알론소와 비교해 200분의 1에 불과할 정도. 드라이버 사이에서도 실력과 인기에 따라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
최근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개최하는 F1 그랑프리를 통해 생산유발 1조8000억원, 부가가치 8600억원, 소득유발 4300억원, 고용유발 1만8000여명 등의 경제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경기를 위해 한국을 찾는 드라이버들과 팀 관계자, 워크스팀 인력들만 5000명에 육박하는데다 20만명의 해외 관광객이 대회가 열리는 영암 서킷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번 대회에서만 27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F1 팬들이 코리아 그랑프리를 TV로 지켜볼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브랜드를 더욱 널리 알리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