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F1에 담긴 과학, 그리고 돈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10-12 09:20



F1은 속도에 대한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질주 본능의 인간들이 만든 최고의 스포츠이다.

F1은 기계공학과 유체역학, 전자공학 등 첨단 기술이 총망라된 속칭 '머신'으로 불리는 경주차와 극한 환경을 견뎌내는 드라이버의 결합으로 만들어내는 스피드의 드라마이다.

머신은 모든 부품을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야 하는 일종의 수공업 제품이기에, 가격대로 따지면 100억원을 호가한다. 즉 12개팀 24명의 드라이버가 스타트 라인에서 출발할 때 한꺼번에 2400억원이 몰려다니는 것이다.

과학의 결정체인 F1의 머신, 그리고 각 팀의 테스트 드라이버까지 합해 전세계에 30여명밖에 되지 않는 F1 드라이버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달리는 과학, 질주하는 돈

F1의 머신은 2400㏄의 배기량에도 불구, 무려 750마력의 힘을 낸다. 레이스에서 최고 시속 355㎞를 찍었지만, 직선 코스만 달린다면 이론적으로 400㎞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시속 160㎞까지 올렸다가 완전히 멈추는데 5~6초면 충분하고 1분당 엔진은 1만7000번 이상 회전한다. F1의 엔진의 경우 피스톤과 실린더는 알루미늄 합금, 밸브는 티타늄으로 제작된다. 올 시즌 F1 엔진을 제공하는 회사는 올 시즌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르노, 코스워스 등 4개 업체다.

하지만 머신의 최저 무게는 640㎏ 정도에 이를만큼 가볍다. 자동차 차체는 벌집 구조의 탄소섬유로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공기 저항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공기 역학이 차체 제작에 가장 중요하다. 앞뒤에 달린 윙(날개)은 차체를 내리누르는 '다운포스'(Down force)를 준다. 만약 이 힘이 없을 경우 머신은 공중으로 뜰 수 밖에 없다. 공기역학에다 타이어의 접지력이 접목돼 머신은 엄청난 속력에도 불구, 트랙 바깥으로 튀어나가지 않고 고속으로 방향 전환이 가능하게 된다.


올 시즌의 경우 'DRS'와 'KERS' 등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특히 직선 구간서 추월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DRS는 뒷날개가 눕혀지면서 가속력을 내는 장치이다. 지정된 구간에서 앞차와의 간격이 1초 미만일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KERS는 브레이크에서 발생한 열 에너지를 저장해 출력 증강에 쓰이는 시스템으로, 드라이버가 KERS 작동 버튼을 누르면 6~7초정도 출력이 약 80마력 더 높아진다. 핸들에 붙어있는 7단 반자동 기어를 손으로 눌러 0.1초내에 기어를 변속한다. 머신 1대당 평균 150여개의 센서가 달려 있어 경주차의 모든 상태가 무선으로 팀에 전달된다.

인간 한계에 도전

'레이싱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메르세데스)가 전성기 시절 한 해에 약 1000억원에 이르는 돈을 벌었다. 세계 최고 레이서라는 명예도 늘 따라다녔다. F1 드라이버는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한계에 도전하고 있기에 그만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단 중력가속도(G)는 가장 견디기 힘들다. 경기 중 최대 5G에 이르는 압박을 받는데, 일반인은 3G만 넘어가면 의식을 잃는다고 한다. 실제로 2~3G에 1분정도 노출되면 현기증과 구토가 날 정도이다. 이를 F1 드라이버들은 1시간30여분간 견딘다는 얘기다. 또 심장 박동수는 180번 이상으로 뛰어오른다.

시속 300㎞에서 핸들을 조작하려면 20㎏ 정도의 물체를 드는 힘이 필요하고, 기어 변속은 약 2000번을 해야한다. 90여분간의 레이스가 끝나면 보통 3㎏정도의 몸무게가 빠진다고 한다.

F1 드라이버의 경우 목 근육이 봅슬레이 선수들보다 20% 정도 발달했고, 전후좌우의 상황을 신경쓰며 속도계를 비롯한 계기판도 끊임없이 살펴야 하기에 시력도 남다르다. 평균 5세 때부터 카트 등을 타며 일찌감치 길러져야 성공한 F1 드라이버가 된다고 하는 얘기가 결코 농담이 아닌 셈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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