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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여러 선수 잡은 부정출발, 결국 볼트까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08-28 21:14


볼트가 어이없이 실격됐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부정출발을 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이러다가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도 실격되는거 아니야?"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 내 MPC(Main Press Center)내에서 돌고 있는 우스갯소리다. 대최 첫째날 부정 출발로 인한 실격사태가 4차례나 나왔다. 기자들은 볼트마저 부정출발로 떨어질지 모른다며 농담반 진담반의 대화를 나누었다. 말이 씨가 되어 버렸다. 결국 대어가 부정 출발이라는 덫에 걸려버렸다. 볼트였다.

볼트는 28일 남자 100m 결선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됐다. 27일 한국 100m 간판 김국영(20·안양시청)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400m 금메달리스트인 크리스틴 오루구(27·영국)이 부정출발로 실격당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충격이었다. 한마디로 '부정출발 대재앙'이었다.

대어가 부정출발에 발목잡힌 것은 감지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출발선 스타팅 블록에는 '부정출발 감시기'가 설치돼 있다. 선수 발바닥의 압력 변화를 측정해서 1000분의 1초까지 가려낸다. 출발 신호 후 0.1초 안에 반응하면 실격이다. 0.1초는 인간이 소리를 듣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론적인 한계다. 즉 출발 신호 후 0.1초도 안돼 출발한 선수는 듣고 움직인 것이 아니라 예측 출발을 했다고 본다.

더 큰 문제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규정이 엄격해진 것이다. 과거에는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부정출발을 2번 범해야 실격을 주었다. 2003년부터 첫번째 부정출발이 나오면 모두에게 주의만 주고 그대로 진행했다. 하지만 두번째 부정출발이 나오면 해당 선수를 바로 실격처리했다. 2010년에는 더욱 엄격해졌다. 부정출발한 선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실격시키기로 했다. IAAF가 내세운 이유는 일부 선수들이 부정출발 규정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큰 이유는 TV 중계 때문이었다. 그동안 잦은 부정 출발로 인해 경기가 지루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시간이 곧 돈인 TV중계에서는 부정출발이 한번만 나와도 손해가 막심하다. IAAF로서는 강력한 돈줄인 TV방송사의 불만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선수들의 희생을 감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최고의 스타 볼트의 실격이었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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