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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약물 복용으로 4년 동안 선수로 뛰지 못하다 돌아온 올림픽 챔피언 저스틴 게이틀린(29·미국)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대구에 온 이유도 메달을 따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가 내뱉은 말들은 깊은 참회의 냄새가 진하게 묻어 있었다. 게이트린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 출전한다. 2005년 헬싱키대회 남자 100·200m 우승 이후 무려 6년 만에 세계육상 무대에 다시 섰다. 그는 최고의 전성기를 달렸던 2006년 7월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8년간 선수 생활을 금지 당했다. 이후 국제육상경기연맹은 게이틀린이 진심으로 반성의 기미를 보이자 4년 자격 정지로 벌을 줄여 주었다. 게이틀린은 트랙에 서는 대신 육상부 후배들을 지도했고, 유소년 클리닉에도 참가했다. 육상을 떠나 잠깐 외도도 했다. 미국프로풋볼(NFL) 무대 진출을 선언하고 와이드리시버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도 했다. 결국 2008년 육상계로 돌아왔다. 게이틀린은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괴로웠다고 말했다.
게이틀린은 볼트의 빼어난 기량과 기록을 인정했다. 그는 "볼트는 세계육상의 개척자다. 스프린터로서 다른 수준에 도달해 있다"면서 "키가 커 보폭이 넓으면서도 스피드가 좋은 매우 특이한 경우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볼트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심리적으로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또 볼트가 9초58까지 당겨놓은 세계기록을 자신과 게이 등이 빠르게 뒤쫓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여름 선수 자격을 되찾은 게이틀린의 올해 최고 기록은 9초95. 올해 랭킹 15위이다. 이 기록으로는 8위까지 나가는 결선 진출도 장담하기 어렵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