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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태환 "쑨양과 경쟁하러 온 게 아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7-21 20:24



"쑨양과 경쟁하러 온 게 아니다."

21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마린보이' 박태환(22·단국대)의 표정은 밝았다. 상하이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결전 3일 전, 상하이 유안수영센터에서 1시간 30분의 적응 훈련을 마치고 꿀맛같은 바나나를 까먹는 모습이 마냥 해맑은 소년이다. "마이클 볼 코치 밑에서 수영하는 것이 재밌다. 그냥 저절로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쑨양이 자유형 400m에 대한 남다른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며 웃었다. "걔는 왜 자꾸 내 이야기를 하고 그런데요?"라고 농담하면서도 이내 진지한 눈빛으로 "나는 지난 6개월간 볼 코치 밑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이제 그 훈련의 성과를 확인해보고 싶다"고 눈빛을 빛냈다. 베테랑의 여유가 내비쳤다. 4년 전 멜버른세계선수권에서 평소 동경하던 수영스타 그랜트 해켓을 꺾었던 거침없던 소년이 이제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됐다. 영광과 시련, 부활을 통해 강하게 단련된 소년은 이제 금메달도, 경쟁자들도 신경쓰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오직 스스로의 레이스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금메달을 따면 물론 좋겠지만 그냥 최종 모의고사라고 생각한다"면서 "6개월 훈련의 총정리"라고 이번 세계선수권의 의의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연습이 잘됐다. 표정에서 여유가 묻어나는 이유다. "연습한 만큼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늘 꿈꾸던 세계신기록도 슬쩍 언급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마이클 펠프스의 접영 200m, 라이언 록티의 개인혼영 200m 등 세계신기록이 5~6개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자유형에서도 세계신기록이 나올 것같냐"는 우회적인 질문에 "내가 될지는 모르겠다"더니 이내 "만약 자유형 400m에서 세계신기록이 나온다면 나나 쑨양이 되겠지만… 모르겠다. 자유형 1500m에서 쑨양의 세계신기록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답했다.

자유형 400m는 수영계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상하이세계수영선수권 최대 격전지다. 볼 코치는 쑨양(20·중국) 파울 비더만(26·독일), 야닉 아넬(19·프랑스)을 일일이 언급했다. "박태환의 멕시코 고산 훈련이 잘됐고 미국 산타클라라 그랑프리 대회에서 성과가 있었다"면서 "자유형 400m는 터프(tough)하고 흥미진진한(intersting) 레이스가 될 것이다. 세계신기록은 나올 수도, 안 나올 수도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애제자 박태환에 대해 "좋은 스트로크, 좋은 지구력, 좋은 스피드를 지닌 경험 많은(experienced) '굿 퍼포머(good performer)'이자 '굿 레이서(good racer)'"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와 2012년 런던올림픽 사이, 2011년 상하이의 목표는 광저우보다 나은 기록이다. 더 나아질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한 볼 코치의 답은 "Of course!(물론!)"였다.


상하이=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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