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수평에서 좌우 측으로 돌아가거나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사경(斜頸)'이라고 한다. 특히 소아 사경은 출생 직후부터 5개월 이전까지의 영유아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질환으로 치료되지 않은 채로 성장하게 되면 눈과 이마, 턱 등 얼굴 부위가 비대칭적으로 변하거나 척추측만증을 유발할 수 있다.
소아 사경의 대표적인 증상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거나 재우려고 할 때 아이의 머리가 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어 부모가 반대 측으로 돌리려고 하면 자꾸 원래 방향으로 돌아가거나 아이가 울고 보채는 경우 ▲아이의 목 부위에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 ▲아이의 뒤통수나 이마, 눈, 턱 모양이 비대칭인 경우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앉혀 놓으면 한쪽으로 쓰러지는 경우 등이다.
영유아에서 목이 기우는 원인은 다양하다. 소아 사경의 60~70%를 차지하는 선천성 근육성 사경을 비롯해 자세성 사경(발달성 측경), 안성(眼性) 사경, 뼈에 의한 사경 등이 있다.
선천성 근육성 사경은 목 부위 흉쇄유돌근(목빗근)의 수축 또는 종괴(혹), 외상 등에 의한 사경을 의미한다. 자세성 사경은 근육이나 신경, 눈에 문제가 있지는 않지만 목이 기울어져 있는 사경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태아기 혹은 초기 영아기에 부적절한 자세에서 유발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외에 사시 등 눈의 다양한 질병으로 인한 경우라면 안성 사경을 의심할 수 있다. 매우 드물게 선천적으로 경추(목뼈)나 뇌와 척수의 문제로 사경이 유발되기도 한다.
소아 사경, 성인과 원인·치료법 달라
근육성 사경의 경우 신생아 때는 초음파 검사로 흉쇄유돌근의 멍울 유무와 두께 차이를 확인한다. 또 아이의 발달 상태, 안구 운동, 경추나 쇄골 등의 X-레이 사진으로 다른 원인에 의한 사경이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신경발달의 이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그 원인을 찾아 치료 방향을 정한다.
근육성 사경의 유병률은 보통 신생아의 0.3~3.92%까지 보고된다. 이 중 절반 정도는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의 상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소아 사경 증상을 보일 경우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릴 때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치료 효과는 물론 얼굴 비대칭이나 턱관절 문제, 측만증 같은 2차 문제를 막을 수 있다.
김재원 교수는 "성인기에 발생하는 성인 사경은 목 주변 근육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연축성 사경으로 근긴장이상증의 한 종류일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소아 사경은 다른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사경의 확률이 높고, 그 진단방법과 치료방법 역시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재활 치료 후에도 호전 없다면 수술 치료 고려
소아 사경 치료의 1차 목표는 목의 정렬 상태를 올바르게 교정하고 아이의 두상과 얼굴 변형을 예방 또는 교정해 아이가 대칭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근육성 사경은 근육 내 종괴로 인해 흉쇄유돌근의 길이가 짧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올바른 스트레칭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김재원 교수는 "생후 3~4개월 이후에는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이 늘고 목을 스스로 가누게 되면서 아이의 물리적, 정서적 저항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면서 "종괴가 동반된 근육성 사경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생후 3~4개월 이전에 아이의 사경 증상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활 치료 이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원인에 따라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적절한 재활 치료가 뒷받침돼야 효과가 있다. 재활치료 기간은 원인과 치료 전의 운동 범위 제한 정도, 기울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목 부위에 종괴가 있는 경우에는 더 길어질 수 있다.
김재원 교수는 "생후 2개월 미만의 신생아와 돌 이전의 영아기는 물론 소아청소년기까지도 사경증을 적절히 바로잡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턱이 한쪽으로 돌아가 얼굴이 틀어지고 나아가 척추와 어깨, 골반까지도 심하게 변형될 수 있다"며 "여기에 사경의 원인을 잘못된 진단해 재활 치료를 진행할 경우 오히려 더 심해지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반드시 경험이 많은 소아재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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