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의 `태(胎)' 국립극장서 리바이벌 공연
기사입력 2000년 03월 30일 14시 38분
오태석의 `태(胎)'가 국립극장 대극장에 다시 오른다.
오는 4월1일부터 9일까지 공연되는 `태'는 74년 초연 이후 수차례 리바이벌된 오태석의 대표작. 그에게 늘 따라붙는 `한국적 공연양식의 추구'라는 꼬리표를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으로 76년 미국 라마마극장 초청공연, 86년 아시안게임 초청공연 등으로 화제를 모으며 주제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지녀왔다.
이번 공연은 특히 국립극단이 역대 공연 작품 185개를 놓고 연극인과 평론가, 팬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우수 레퍼토리'로 선정돼 다시 무대에 오르게 돼 더 의미가 새롭다.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에 오른 세조의 통치시기.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팽년의 아버지 박중림이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갓 태어난 아들 대신 자신이 부리던 종의 아이를 희생시키는 내용이 `태'의 기본 골격이다. 왕위 찬탈을 둘러싼 권력층의 암투, 사육신의 절개, 주인을 위해 자신의 아들을 희생하는 종의 의리 등이 팽팽한 긴장감속에 펼쳐진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절대권력으로도 `의'로 충만한 종과 그 아내의 출산이 뿜는 원초적 생명의 힘을 이기지 못함을 `태'는 그리고 있다. 권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생명의 고귀함을 표현하고 있다.
국립극장은 이번 공연을 위해 1층에 돌출무대와 조명장치를 설치한 것을 비롯해 집중도를 더하기 위해 2,3층 객석을 막았다. 조명디자인은 오태석의 극단 목화와의 협동작업으로 낯익은 아이까와 마사아끼가 담당. 또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4대의 신시사이저가 동원됐다.
주제의식 또한 예전작품에 비해 달라졌다. 정치현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의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자는, 오태석이 최근 추구해온 작품의 연장선위에서 재조명된다.
장민호 오영수 김재건 최상설 등 국립극단의 중견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김형중 기자 h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