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사랑방] 속도에 욕심부리지 말자
기사입력 1999년 03월 03일 15시 21분
컴퓨터에 미치면 약도 없는 모양이다.
펜티엄II 450MHz를 펜티엄III로 갈아치우는 것은 기본. 비행기 게임이 느리다고 메모리를 무려 1기가로 올리는가 하면 하드디스크를 스카시 타입으로 바꾸고 그래픽 카드도 메모리를 16메가로 늘린다.
한마디로 속도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도 감수한다는 것. 가히 속도증후군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CPU를 바꾸고 메모리를 늘린다고 과연 시스템의 속도가 빨라질까?
사실 CPU 속도가 아무리 빨라봐야 웹브라우저가 보여주는 속도는 그게 그거다. 워드프로세서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어차피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손으로 키보드 두들기는 시간이 전체 작업의 99%를 차지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느리나 빠르나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속도는 무슨 프로그램을 사용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포토샵 같으면 시스템에 따라 체감적으로 속도 차이가 나겠지만 비주얼 베이직에선 거의 속도 차이를 느끼기가 어렵다.
더욱이 속도는 적응의 문제이다. 똑같은 작업을 하면서 펜티엄II가 느리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있는 반면 486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만족해 하는 사람이 있다.
결국은 속도증후군이라는 것도 욕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속도에 미친 사람에게도 약은 있는 모양이다. 물론 누구나 다 이같은 욕심을 버린다면 컴퓨터의 발전이라는 것도 없겠지만...
[김주연(프로그램개발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