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소산의 몰락 (3)

기사입력 1997년 05월 27일 15시 14분



정국이 꼬일대로 꼬여 풀어갈 방법이 없었다.

최병국 중수부장 후임 심재륜 중수부장은 아래, 위, 옆 바라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겠다며 수사의 `외압배제'를 분명히 선포했다.

허원행은 `비젼21'의 필진 참모들과 회의실에 둘러 앉아 시국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결국 김현철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겁니다. 정가에서 완벽한 비밀이란 불가능하거든요."

그리고 김현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기 시작했다. 그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①한보의 배후에 김현철 ②김현철 배후에 그의 세력 ③그의 세력 뒤에는 세력을 형성한 돈 ④그의 돈 뒤에는 92대선자금 ⑤92대선자금 뒤에는 다시 한보.

"말하자면 한보 정태수는 92년 대선자금을 제공했고 대선자금을 운용한 나사본에서 쓰고 남은 돈으로 김현철의 측근들에게 지원, 정계에 투입시켰고 이 세력들과 청와대 일부가 한보를 밀어주었다라는 논리가 성립된다는 거죠."

"그럼 그렇게 써 보자는 겁니까."

편집책임자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허원행을 바라보았다. 김현철을 잘 안다.

한겨레신문 `한약사 사건'으로 시작된 소송사건은 이날까지 이어져 지금은 5∼6명에 이르는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한 인물이다.

이제 겨우 머리 내밀고 있는 `비젼21'을 상대로 고소라도 한다면 대단한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만일 김현철이 명예훼손으로 고발이라도 해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소산(小山)시대는 끝납니다. 대통령이 보호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며 측근들은 이미 무력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엄청난 결단이다. 위의 예측이 빗나갈 경우 `비젼21'은 둘째치고 제일무역 차성덕 회장까지 치명타를 입는다.

"대통령은 언젠가는 `92대선 자금'이 법정비용의 한계를 훨씬 넘어섰다는 사실을 고백하게 될거요. 그리고 김현철은 사법처리되는 최악의 사태가 올것이고…."

"설마… 그렇게 까지." "그렇게 하지않으면 여당의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합니다. 여론이 최악이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여권에서 대선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한보는 청와대가 책임질 겁니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현철 사법처리는 불가피한 방법으로 선택할거고. 그리고 여권의 이회창과 이수성 두분을 주목하세요. 누가 뭐라 해도 두분중 하나가 대권후보가 될 것이니까."

이제 소산 김현철의 몰락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무리 감추고 변명해도 진실을 지우지는 못하니까. 김현철 구속의 기사는 머지 않아 나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