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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봉인 해제'에 러시아가 비핵 국가 상대 핵공격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새 '핵 교리'를 발표해 맞불을 놨으나 워싱턴의 반응은 무덤덤하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신에 이들의 관심은 두 달 뒤에 들어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사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온통 쏠려 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러시아의 새 핵 교리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으로,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하는 적국의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러시아가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규정했다.
러시아가 비핵보유국에 대한 핵공격도 경우에 따라 가능하다는 공식 정책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가 핵무기를 '최고의 협상 카드'로 사용하게 되면서 '핵무기 버튼을 누를 수도 있다'는 얘기가 그다지 큰 위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다고 짚었다.
현재 실질적 핵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이고, 이란이 10번째가 되기 직전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수십년간 핵 위험을 추적해 온 매슈 번 하버드대 교수는 러시아가 새 핵 교리를 발표한 것은 유럽과 미국에 겁을 줘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시키려는 시도라며 "러시아가 핵을 사용할 단기 확률은 실제로는 증가하지 않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그는 "핵전쟁의 장기 확률은 아마도 약간 증가했을 것이다.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공격 지원 의지가 서방에 대한 푸틴의 증오와 공포를 강화하고 있고, 이에 자극받은 러시아의 대응이 서방의 공포와 증오를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이번 발표를 비난하는 한편, 러시아의 핵 태세에는 변화가 없으며 따라서 미국의 경계 수준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NYT는 NSC 성명에 깔린 기조에 대해 "(러시아의 새 핵 교리 발표가) 말뿐이고, 푸틴이 핵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에 새로운 근거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라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푸틴이 핵을 쉽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약 조건들에는 변화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국방부에서 2년간 파견근무를 하다가 복귀한 핵 전문가 비핑 나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새 교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의 재래식무기 및 핵무기 태세는 러시아의 핵 사용을 억제하고 푸틴이 오판할 경우 억지력을 회복하는 데 충분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핵 교리 개정 발표가 외교적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몇 가지 득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그 중 하나로 '전쟁을 가능한 한 조기에 끝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메시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푸틴이 이번 발표를 통해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을 부추기는 동시에 미국이 러시아와 직접 대화할 것을 주장해 온 트럼프에 힘을 실음으로써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려는 협상을 노린다는 것이다.
solatid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