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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행정부 에너지부 장관도 기후변화 반대론자 지명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2017년 6월 1일,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오늘부터 미국은 파리협정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대해 "미국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들이 경제적 이익을 얻는 상황을 초래한다"고 비난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연설을 하며 트럼프를 비난하고 중국은 공개적으로 파리협정 준수 의지를 밝히는 등 국제사회가 들끓었지만 트럼프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트럼프는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철회했다.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다시 파리협정에 복귀했다.
지난 2022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27)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우리가 (파리) 협정에서 탈퇴했던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말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다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전 지구적 차원이 기후변화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난 16일 석유회사 경영자이자 기후변화 대응 반대론자로 유명한 크리스 라이트를 차기 미국 에너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라이트는 그동안 공공연하게 "기후 위기란 것은 없다"고 주창하며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기후 위기 부정론자'로 활동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부르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인간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18~19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그림자'는 확연하다.
'정의로운 세계와 지속 가능한 지구 구축'이 공식 주제인 이번 회의에서는 사회적 포용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논의를 비롯해 '기아와 빈곤 퇴치 글로벌 동맹' 결정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와 관련된 핵심 의제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 지 의문이라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세계 최강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기후위기 대응에 반대하는 인물로 교체된 데다 다른 나라 정상들도 일부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협약인 파리협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이 채택됐지만 개발도상국의 지구 온난화 문제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에서 모색하는 신규 기후재원 확보 방안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나든 내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하는 트럼프가 '다 뒤집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그간 G20이 지향해온 다자주의, 기후변화 대응 등이 대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lwt@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