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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더운 날씨 속 지난달 말부터 이따금 설악향기로를 걸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씨가 학창 시절을 보낸 1970∼80년대 이곳의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이씨는 "주말이고 주중이고 구분 없이 늘 여행객들로 북적이던 곳"이라며 "신혼여행부터 수학여행까지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악동의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0년대부터 해외여행이 붐을 이루며 국내 여행 수요는 감소했고, 수학여행 등 단체 여행객들도 점차 감소했다.
또 설악 시내를 중심으로 현대식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사이 설악동은 자연공원법에 따른 규제 등으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 설악동이 최근 반등의 조짐을 보인다.
지난달 19일 개통한 설악향기로가 그 시작이다.
시는 100억원을 들여 설악동 일대에 최대 높이 8m, 길이 765m 규모의 스카이워크, 98m 길이의 출렁다리 등 총연장 863m의 산책로를 조성했다.
설악산 계곡인 쌍천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설악동의 새로운 관광 명소다.
시에서는 지난 2일 계수기 설치 이후 하루 평균 1천300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했다.
설악향기로 개장으로 마을이 활기를 띠자 인근 주민들도 기뻐하고 있다.
엄산호 설악동번영회장은 "야간 개장까지 하다 보니 밤낮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며 "설악향기로가 설악동이 다시 살아나는데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에서는 설악향기로 개통을 시작으로 설악동 재건사업을 본격 추진, 설악동이 옛 모습을 되찾도록 할 방침이다.
내년까지 설악동 B지구의 옛 홍삼 체험관 건물을 복합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킨다.
또 마을 곳곳에 흉물로 남은 옛날 건물들은 대형 가림막을 설치해 가릴 예정이다.
박정숙 시 관광과장은 "설악동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남은 사업들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찾았던 설악동의 옛 명성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ryu@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