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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코로나 보복 여행 끝났나…사라진 7말8초, 여행수요 '시들'

기사입력 2024-07-20 15:58

코로나19 보복 여행 바람이 한풀 꺾인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최근 많지 않은 탑승객으로 인해 빈 좌석이 많이 보이는 인천-홍콩 여객기 내부. 홍콩은 팬데믹 이후 대표적인 비인기 지역이 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한 항공사의 항공권 할인 판매 [사진/김도훈 기자]
각 항공사, 좌석 늘렸다가 부랴부랴 성수기에 세일 '진풍경'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요즘 성수기 예약이 안 들어와서 매일 사장실에 불려 다니고 있어요."

국내 최대 규모의 한 여행사 관계자를 최근 만난 자리에서 들은 말이다.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코로나19 보복 여행 바람을 타고 한동안 해외여행 바람이 거세게 일던 차였고 올해 성수기까지는 최소한 그 기조가 이어지리라는 것이 업계 내외의 예측이었으나 이것이 크게 어긋난 것이다.

◇ 단체 항공권 '하드 블록' 못 팔아…고스란히 여행사 '부담'



각 여행사들은 올해 여행 수요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비행기 좌석을 한껏 늘려 확보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사뭇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심한 곳이 베트남과 태국 등 중·단거리 노선 상품이며, 일본 여행 상품의 수요도 지난해 대비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들은 성수기를 대비해 미리 수백 석을 선점하는 '하드 블록' 항공권을 준비한다.

하드 블록은 여행사가 패키지 상품 구성을 위해 미리 사둔 항공권을 말하는 항공업계 용어다.

규모가 큰 여행사들은 하드 블록 항공권과 함께 항공기 전체를 빌리는 '전세기'도 많이 확보한 상태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드 블록 항공권과 전세기 좌석을 판매하지 못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여행사로 돌아오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의 실적까지 예상했으나, 올 성수기 실적은 80% 수준밖에 안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 여행사 관계자는 "하드 블록은 여행사가 항공권 전체 가격을 선지급하고 좌석을 확보하는 것이기에 모객하지 못하면 그 손해가 고스란히 여행사로 돌아온다"고 이러한 상황을 우려했다.

◇ 항공사, 성수기에 할인 판매

이렇다 보니 여행사들은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수십만 원짜리 상품도 쏟아내고 있다.

홈쇼핑 등을 통해 덤핑에 가까운 가격에라도 소진하고 보자는 입장이다.

사정은 각 항공사나 해외 리조트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 항공사 직원들을 최근 만난 자리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하드 블록 판매를 하지 않는 항공사지만 올봄 반짝하던 수요가 여름 성수기를 기점으로 급전직하했다는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높아진 환율과 얄팍해진 호주머니 사정이 관광업계까지 미친 게 아닌가 싶다"면서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는 것 같아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권과 여행 상품을 할인해준다는 보도자료도 부쩍 늘었다.

'성수기에 웬 할인?'이라며 의아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됐다.

항공사마다 최대한 좌석과 노선을 늘렸지만,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할인해서라도 모객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남아지역 리조트를 총판하는 한 업체도 여름 성수기 목표치의 60% 수준 정도만 판매하는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리조트업계 한 전문가는 "여행업계와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항공기 좌석 등을 많이 늘여놨지만, 수요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코로나 보복 여행 수요가 한풀 꺾인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하반기가 더 문제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여행업계에서는 특히 4분기 실적이 크게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올해 추석은 9월이기에 3분기 실적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한 리조트 총판업체 관계자는 "어쩌면 여름 성수기 전부터 여행을 많이 떠났던 것이 부진의 이유일 수도 있다"면서 "어쨌든 한동안 불었던 여행 열풍이 한풀 꺾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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