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정책을 도입했지만, 번호이동 건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통신사 간 경쟁을 통해 활발한 번호이동 및 가계통신비 인하효과를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통신업계 일각에선 전환지원금 정책 도입 이후 번호이동 감소를 두고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4월 이통사 번호이동 건수는 50만975건으로 전환지원금 시행 첫 달인 3월 52만4762건 대비 4.5% 감소했다. 4월 통신사가 제시한 전환지원금 혜택이 크지 않았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고가 요금제를 써야 최대 33만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새 휴대전화를 사야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중저가 라인인 갤럭시 A 시리즈 외에 스마트폰 출시도 없었다는 점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정책 도입 이후 알뜰폰 시장의 경쟁력이 약화된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 유형별로 보면 방통위 집계 기준 이통3사에서 이통3사로 변경한 사례는 전환지원금 정책 시행 전 50만9220건에서 시행 후 58만7175건으로,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바꾼 경우는 11만600건에서 14만675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변경한 경우는 28만1329건에서 19만3221건으로, 알뜰폰에서 알뜰폰으로 옮긴 사례는 42만8625건에서 39만4437건으로 줄었다. 이통사가 지난 3월 말부터 알뜰폰 업계 주력 요금제인 1만~2만원대 요금제와 비슷한 2만원 대 5G 최저요금제를 도입하며 가격 격자를 줄인 데 따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방통위는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전환지원금 전산 시스템 구축이 이달 말 완료되는 점, 갤럭시Z플립6 등 새 단말기가 곧 출시되는 등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은 금액이 정해진 공시지원금·추가지원금과 달리 통신사가 기기별로 50만원 한도 내에서 고객에게 자율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만큼, 하반기 삼성전자 등 신규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가격 경쟁 촉발 등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