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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정은 수면 위에서 6대의 모터보트가 순위 다툼을 하는 종목인 만큼 경주마다 우위를 거머쥐기 위한 전법이 존재한다. 선수들은 1코스부터 6코스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1턴 마크를 공략하는데 어떤 플레이를 구사할 것인지를 예상하는 것이 적중에 있어 큰 역할을 한다.
좋은 예시가 지난 32회차 수요일 1경주의 송효범(15기)이다. 올 시즌 단 1승만을 차지하고 있던 송효범은 이날 1코스에 출전해 기라성 같은 배혜민과 김도휘를 제치고 인빠지기로 1승을 거머쥐며 쌍승식 14.0배와 삼쌍승식 40.4배를 기록했다.
이어진 10경주의 이상문(12기) 역시 플라잉 복귀 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으나 이날은 1코스에 출전해 0.12초의 빠른 스타트를 앞세워 실력자들인 김민준, 배혜민, 김종민을 제치고 선두를 꿰차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2코스부터 6코스는 휘감기와 찌르기, 휘감아찌르기로 전법을 구분할 수 있다. 그중 휘감기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갖추고 있다. 경쟁 상대들 보다 빠른 스타트가 선행되어야 하며 전속으로 턴 마크를 돌아나가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가장 불리하다고 평가되는 아웃코스에서 한 템포 빠른 승부 타이밍을 앞세워 안쪽을 휘감는 선수를 봤을 때의 짜릿함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다.
찌르기는 공간 침투의 미학이 있는 전술이다. 누가 봐도 스타트를 주도하는 선수가 앞서 나가겠구나 하고 판단하는 순간 빈 공간을 파고들어 선두로 나서는 전술이다. 이 때문에 최근 경정은 1턴 마크에서 승부가 완전히 갈리는 것이 아니라 1주 2턴 마크 이후 전개 상황까지 주시해야 한다.
1턴 마크에서 휘감기로 승부수를 띄운 선수와 찌르기를 통해 안쪽 공간을 확보한 선수가 대등한 시속을 보인다면 1주 2턴 마크에서 한 번 더 최종적인 선두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따라서 1턴 마크 못지않게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장소가 1주 2턴 마크이며 좁은 공간을 공략해야 하기 때문에 조종술과 자신감 등 탄탄한 기본기가 요망된다.
마지막으로 휘감아찌르기는 말 그대로 휘감기와 찌르기가 합쳐진 전법이다. 최근과 같이 기량과 스타트 감각이 평준화되면서 바깥쪽에 배정받은 선수들이 안쪽을 제압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휘감기를 시도하면 찌르기를 노리는 선수에게 공간을 내주고 마는 경우도 볼 수 있어 휘감아찌르기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는 전법으로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선공에 나서는 선수와 그 틈을 뚫고 찌르려는 선수 사이를 더 빠르게 치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임병준 쾌속정 팀장은 "선수의 코스 데이터를 살펴보면 인빠지기의 성공률과 나머지 코스에서의 선호 전법을 알 수 있다. 경주를 추리하는데 있어 같은 조건에서 어떤 전법을 구사했는지 알고 간다면 전략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조언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