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의료기기 분야 불법 리베이트 근절책을 강화한 가운데, 경동제약이 골프 접대를 통한 리베이트로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병·의원 관계자들 골프비용 12억원 '대납'…골프장 회원권으로 대리 예약도
최근 공정위는 경동제약이 자사 의약품 처방 증대를 목적으로 병·의원에 골프 접대 등 부당한 사례비(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행위 금지 명령) 및 과징금 2억4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한 골프 접대의 이익을 제공해, 병·의원이 자사의 의약품을 처방하도록 함으로써 공정한 시장 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제정한 '제약 및 의료기기 분야 리베이트 사건 통보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정위의 처분 사실을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부처에 통보하고 후속 처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동제약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정위 통보서를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라 입장 표명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관계부처 후속 조치 '속전속결'…류기성 부회장 리스크 관리 '경영 시험대'에
경동제약에 대한 이번 공정위의 제재는 지난 10월 21일 시행된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부처 간 협조체계 강화와 맞물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인 자격정지 등 후속 처분에 신속히 참고할 수 있도록 해 이른바 '리베이트 쌍벌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공정위 사건담당자는 제약사 또는 의료기 기사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을 처리한 경우, 처분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복지부, 식약처 등 관계부처에 처분 사실을 통보한다. 그동안 관계부처 통보가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일부 통보가 누락되는 등 부처 간 협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소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대두됐다.
실제 올해 국감에서도 최근 5년 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적발한 의약품 리베이트 중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되지 않은 건수가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최근 공정위와 복지부, 식약처에 정보 공유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번 지침 마련을 통해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범부처적인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그동안 '늦장 대응',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의료 관련 리베이트 사건 처리 속도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경동제약이 이번 리베이트 논란을 처리하는데 있어 젊은 오너 CEO 류기성 부회장(40)의 역량 발휘 수준도 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6월 창업주인 류덕희 명예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본격 2세 체제'로 전환됐다. 홀로 회사를 이끌던 류 부회장은 올해 봄부터 김경훈 대표와 각자대표 형태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리베이트 적발 사안이 공정위에서 공들인 '시범 케이스'인 만큼, 리베이트 대상 품목에 식약처의 행정처분이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면서, "류기성 부회장이 실적은 물론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가늠할 '경영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고 전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