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시대를 맞아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졌다. 그러나 11월, 여행을 포기할 순 없다. 떨어지는 낙엽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니 가을의 끝자락을 그냥 보내기엔 아쉽다. 가성비를 바탕으로 늦가을 정취를 물씬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곳으로 믿고 떠날 수 있는 여행지다. '달콤한 짠내 투어', '흥부 투어' 등 어떻게 불러도 좋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천국이다.
◇철원 관광 명소로 급부상한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해외 못지않은 비경'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강원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에 위치한다. 유네스코가 인증한 한탄강지질공원 순담-드르니 구간에 조성된 길로, 총길이는 3.6km다. 잔도(높은 절벽에 낸 길)를 거닐면 화산활동이 만든 한탄강 일대의 독특한 지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외 명소와 견줘도 손색없는 비경이 일품이다. 교량 13개, 스카이전망대 3곳, 전망쉼터 10곳을 설치해 전망과 아슬아슬한 재미를 만끽하고 각자 체력에 맞게 걷기와 휴식 등 조절이 가능해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출입구가 2곳이다. 출발지로 돌아가려면 차를 이용하거나 걸어야 한다. 주말과 공휴일에 양쪽 매표소를 왕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평일에는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입장료(어른 1만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를 내면 절반 정도를 철원사랑상품권(어른 5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으로 돌려준다. 입장 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 동절기(12월 1일~이듬해 2월 28일)에는 오후 3시에 마감한다. 메주 화요일, 1월 1일, 명절 당일 휴무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순담매표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고석정(강원기념물)을 들려보면 좋다. 고석정은 한탄강변에 있는 정자로, 일대의 협곡을 통칭하기도 한다. 정자 앞에 우뚝 솟은 바위가 웅장하다. 한탄강의 새로운 명물 철원 한탄강 은하수교와 철원이 번성하던 근대의 시가지 모습을 재현한 철원역사문화공원도 들러야 할 곳이다. 이용료가 없지만 풍부한 볼거리가 다양하다.
◇남원 매동마을과 민박집 할머니.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산속에서 즐기는 힐링' 남원 월평마을-매동마을
남원 월평마을과 매동마을을 잇는 지리산둘레길은 가을 산골 풍경과 촌부의 삶을 만나는 곳이다. 숲길을 걷다가 감이 주렁주렁 달린 마을 담장을 지나고, 따끈한 민박에 머무는 일이 일상처럼 전개된다. 월평마을과 매동마을을 잇는 길은 대부분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구간(3코스)에 속한다. 길은 남천(람천) 따라 흐르다 숲과 고개 넘어 다시 마을과 이어진다. 월평마을에서 매동마을까지 느리게 걸어 4시간 남짓 걸린다. 임진왜란의 사연이 서린 중군마을, 물 맑은 수성대 등이 둘레길에 담긴다. 배너미재를 넘으면 숲길이 끝나고, 지리산을 병풍 삼아 장항마을 당산 소나무가 서 있다. 매동마을은 지리산둘레길 여행자가 하룻밤 묵어가는 대표 마을이다. 민박에 머무는 데 4만~6만 원 선(2인 기준), 산나물이 푸짐한 식사가 7000원~8000원이다. 소박한 산골 여행에 마음은 지리산처럼 넉넉한 부자가 된다. 천년 고찰 실상사(사적)와 풍광 좋은 퇴수정(전북문화재자료)이 매동마을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어 함께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창녕 우포늪의 가을 풍경.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입장료, 주차료도 무료' 창녕 우포늪'
입장료도, 주차료도 없다. 여행에 필요한 건 교통비와 숙박비가 전부다. 경남 창녕의 우포늪은 짠내투어가 가능한 국내 대표 여행지다. 우포늪은 람사르협약에 등재된 국내 최대 규모의 내륙 습지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의 별'에 이름을 올렸고,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다. 2021년 11월 25일부터 관람료를 받지 않는 우포늪생태관에서 진행하는 에코누리 프로그램을 꼼꼼히 챙기면 더 실속 있는 여행이 된다. 우포잠자리나라는 우포늪에 서식하는 잠자리를 포함해 다양한 곤충에 대해 배우는 체험 학습관이다. 입장료 50%를 창녕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줘 알뜰하게 즐길 수 있다.
입장료와 관람료를 받지 않는 우포늪생태체험장과 창녕박물관도 지나치기 섭섭하다. 토끼먹이체험장, 산토끼동요관, 레일썰매장 등 다양한 체험 시설을 갖춘 산토끼노래동산은 저렴한 입장료(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로 종일 시간을 보내기 좋다.
◇전남 신안 퍼플섬 모습.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보랏빛 향연' 전남 신안 퍼플섬
한 번에 섬 3곳을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이색 명소가 있다. 마을 지붕부터 도로, 휴지통, 식당 그릇까지 보랏빛 일색인 전남 신안군 퍼플섬이다. 퍼플섬은 안좌도 부속 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보라색 해상보행교가 안좌도와 반월도, 박지도를 잇는다. 안좌-반월 간 문브릿지 380m, 반월-박지 간 퍼플교 915m, 박지-안좌 간 퍼플교 547m다. 섬 관광을 생략하고 보행교만 따라 걸어도 30분은 걸린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충분히 즐기려면 만조에 맞춰 가는 것이 좋다. 간조에는 보행교 아래로 찰랑이는 물살 대신 너른 갯벌이 펼쳐진다. 섬에 아기자기한 포토존과 해안일주도로가 조성됐고, 마을호텔과 식당도 있다. 퍼플섬에 갈 때는 보라색을 꼭 기억하자. 보라색 옷이나 신발, 모자 등을 착용하면 입장료(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000원)가 면제된다. 반월·박지도에 가려면 압해도와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를 지난다. 전부 다리로 연결된다. 바다 위 교량 길이만 7.2km에 달하는 천사대교, 천사섬분재공원, 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 한국 추상미술 1세대 김환기 화백 고택(국가민속문화재)이 동선에 있다. 백길해변, 둔계해변 등이 아름다운 자은도도 함께 여행하면 좋다.
◇제천 가스트로 투어에서 즐길 수 있는 찹쌀떡.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2만원이면 맛기행 충분' 충북 제천
충북 제천은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는 여행지다. 1만 9900원에 제천의 5가지 맛을 즐기는 '가스트로 투어'가 있다. 가스트로 투어는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제천의 이야기를 듣는 미식 프로그램이다. 소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명물 빨간오뎅과 '덩실분식' 찹쌀떡부터 약초를 넣은 약선 음식까지 제천의 식문화를 만날 수 있다. 난다. A코스는 찹쌀떡을 시작으로 하얀민들레비빔밥, 막국수, 샌드위치, 빨간오뎅 순서로 진행된다. B코스는 황기소불고기를 먹은 뒤 막국수, 승검초단자와 한방차, 빨간오뎅, 수제 맥주를 차례로 즐긴다. 선호하는 음식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참가 인원은 4~20명이고, A·B코스 가격은 동일하며 예약은 필수다.
포만감을 해소하기 위해 의림지와 제림(명승)으로 향한다. 노송이 울창한 의림지를 산책하다 보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용추폭포유리전망대도 있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는 수몰 전 주민의 생활상을 살펴보고, 청풍대교와 청풍호를 감상한다. 4인이 여행할 경우, 토박이 기사가 안내하는 관광택시를 이용하면 효율적이다. 5시간 동안 1인당 1만2500원으로 제천의 숨은 명소들을 둘러 볼 수 있다. 현지인의 생생한 안내와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부산 부평깡통야시장 모습.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도심서 즐기는 가성비 매력' 부산
부산은 알뜰한 도심 속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만원이면 배를 든든히 채우고 쇼핑까지 즐길 수 있다. 일명 시장투어다.
국제시장은 각종 생필품부터 주방 기구, 철물, 조명, 원단, 부자재,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물품을 취급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 된 곳이다. 국제시장 맞은편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부평깡통시장이 있다. 청과와 육류, 생선, 건어물 등 식재료를 비롯해 의류, 잡화, 수입품이 주를 이룬다. 전국 최초로 개장한 부평깡통야시장에서는 밤늦도록 갖가지 주전부리를 즐길 수 있다. 바다에 접한 자갈치시장은 펄떡이는 활어와 문어, 낙지, 조개 등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하다. 구입한 횟감은 즉석에서 맛보는 게 가능하다. 시장 투어 시 온누리상품권이나 제로페이(모바일)를 사용하면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