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로 증가하는 질환 가운데 하나가 '심방세동'이다.
남성은 2020년 14만7658명으로 2016년 대비 38.3%, 여성은 9만7238명으로 같은 기간 31.1%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연령대별로 보면 전체 진료인원(24만4896명) 중 70대가 32.8%(8만30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26.4%(6만4681명), 80세 이상 23.6%(5만7882명) 순으로 60대 이상에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다.
심장은 규칙적으로 온몸에 피를 순환시켜 주는 펌프라고 할 수 있다. '윗집'인 심방의 동결절이라는 부위에서 전기를 만들어 '아랫집'인 심실을 규칙적으로 수축시킨다. 그런데 동결절이 아닌 심방의 다른 부위에서 마치 불꽃놀이 하듯 화르륵 전기가 튀면서 심방이 가늘게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심실도 영향을 받아 혈액이 힘차게 방출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콩닥콩닥 두근대거나, 불규칙하게 뛰기 때문에 불안한 느낌이 든다.
심박출량이 감소하다 보니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찬 느낌,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아예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진은선 교수는 "일단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환자들은 매우 당황하게 된다. 당장 심장이 멈출 것 같은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방세동이 발생해도 당장 심실의 심장박동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윗집이 떨게 되면 아랫집도 일시적으로 불규칙하게 박동하긴 하지만 급사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심방세동이 급사를 유발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뇌경색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심방세동 환자의 30%가 평생 한 번 이상 뇌졸중을 경험할 정도다. 심방이 파르르 떨면 안에 있던 피가 심실로 내려가지 못해 고이고, 그 결과 피가 뭉쳐 혈전이 생기는데,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경색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뇌경색증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시간이 갈수록 뇌세포가 죽어가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거나 평생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보통 심전도 검사를 통해 진단하게 되는데, 환자가 종일 증상이 지속되는 지속성 심방세동에는 심전도 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된다. 하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발작성 심방세동에는 심전도를 몸에 부착하고 지속적으로 심전도를 기록하는 생활 심전도 검사를 받게 된다.
심방세동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치료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지, 나이, 뇌경색증 병력 등을 참고해 점수를 매기고, 기준을 넘어서 혈전이 생길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약을 처방한다.
다른 하나는 심방세동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다. 심방세동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발작성의 경우에는 비교적 초기이기 때문에 약을 써서 적극적으로 정상 리듬을 유지시켜주는 치료를 한다.
약을 써도 부정맥이 강하게 튀어나오는 환자는 고주파로 해당 부위를 지져주는 고주파 전극 도자 절제술이나 냉동 풍선 시술을 하게 된다.
심방세동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알코올은 심장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과음은 직접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어떤 치료보다 술을 줄이거나 끊는 것이 중요하다.
담배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금연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진은선 교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발생한 경우 걱정만 하지 말고 무조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병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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