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의 오너가 지분 50% 이상이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6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구지은 부회장(이하 대표)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구 대표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로, 그동안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벌인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후 경영 전반을 이끌어 왔다. 구 전 부회장도 올해 초 지분 매각과 경영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혀 아워홈의 구지은 체제가 완성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상황이 최근 급변했다. 구자학 회장의 장녀인 구미현씨가 돌연 지분 매각에 동참했다. 구미현씨는 구 대표의 언니다. 구지은 체제로 굳어지는 듯했던 '남매의 난'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남매의 난 새 국면, 구미현 지분매각 동참
오너가의 보유 지분율은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38.56%, 장녀인 구미현씨가 19.28%, 차녀인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가 19.6%, 삼녀인 구 대표가 20.67%를 보유하고 있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미현씨의 매각 지분은 57.84%다. 구미현씨는 본인 주식 외에 자녀 지분 0.78%도 매각, 총 58.62%의 지분이 매물로 나왔다. 해당 지분을 인수하는 측은 아워홈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구 전 부회장이 올해 초부터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는데 당사는 주식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구미현 주주에게 지분 동반 매각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며 "구미현 주주로부터 동반 매각이 합리적 결정이라는 데 대한 동의를 얻었고 지분 매각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내달 중 예비입찰을 진행한 후 7월 말까지 매입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구미현씨는 그동안 남매의 난에서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는 역할을 해왔다.
구 대표는 그동안 구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2017년과 구 전 부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확보를 위해 '남매의 난'을 벌였지만 구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줘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아워홈은 주주총회에 이어 이사회를 열고 구 전 부회장을 해임하고, 구 대표를 신임 대표 이사로 선임했다. 구미현씨가 구 대표의 손을 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구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친 혐의로 지난해 6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워홈이 2020년 상반기 연결 기준 14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적은 배당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주주의 수익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무관심에서 유관심으로? 업계, 지분 매수 관심 '↑'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구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가족간 분쟁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며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아워홈의 정상 경영과 가족의 화목이 먼저라 생각하고 있기에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경영권에서 완전히 손을 뗀 만큼 고소 취하 등 화해의 제스처가 아니냐는 것이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이 월급과 성과급을 정해진 한도보다 더 많이 받은 정황을 발견,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아워홈은 현재 구 전 부회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소식은 시장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39%에 이르는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이 지분만으로는 경영권 확보가 어렵다. 투자자 입장에선 경영권 확보가 없이는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차익 실현과 배당 수익에 대한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미현씨의 지분 매각에 동참, 상황은 달라졌다.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졌다.
아워홈은 국내 위탁급식사업에서 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와 함께 공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74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57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아워홈의 회사 가치는 시장에서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품산업 정상화 등 성장성을 반영하면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는 지분이 나온 만큼 몇몇 기업은 아워홈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 입장에선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구 대표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지분 매각 관련 내용에 대해선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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