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는 설 명절.
한국 사회에서는 명절 때 직설적인 방식이나 민감한 화제로 대화를 시작해 가족 간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종종 있다. 가족 간에라도 분명히 지켜야 할 선은 있다.
특히 부모, 자식 사이나 형제, 자매 사이에서 서로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뜻만을 강요하면서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니까 잘 들어', '부모 말 들어서 손해 볼 것 없다' 라는 식의 대화법은 서로 간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내가 내뱉은 말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기분이 어떨지 고민을 한 후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 혹은 친척 간에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너는 도대체 언제 결혼 할거니?',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이니?', '옆집 아들은 좋은 회사에 다녀서 연봉이 얼마인데, 너는 취직을 언제 할 것이니?'라고 묻는다면, 질문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금세 기분이 상하게 된다. 질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방을 걱정하고 있다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지만, 이러한 선의가 전달되기 보다는 듣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적 영역이 침범 당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걱정이 되더라도 명절 때는 이런 예민한 대화 주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가족, 친지로부터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을 받게 되어 기분이 상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화를 내거나 불쾌감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감정적으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대화가 오고가다 보면 자칫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다음에는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정도로만 대답하고 대화 주제를 벗어나는 것이 현명한 대화법일 수 있다.
고부 간의 대화법, 서운함 남지 않도록 공감과 안부부터 먼저 챙겨야
설이나 추석이 지난 이후 이혼 얘기가 나오는 부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는 명절 간 발생한 고부간의 갈등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뿐만 아니라 부부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왜 다른 집들 며느리는 전날 와서 일을 돕는데, 너는 왜 일찍 와서 돕지 않느냐?' 라고 하거나, 며느리들 간 서로 비교하는 말을 하면 고부 간의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 또 며느리가 하는 일이 서툴러 시어머니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비난하거나 며느리의 친정 부모의 탓으로 돌리면 며느리는 분노만 쌓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참는 것은 오히려 서로 간의 불만이나 화를 키우고 명절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화를 속으로 삭히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한규만 교수는 "시어머니도 과거에 며느리로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며느리에게 얼마나 힘들지 이해가 간다는 공감의 표현을 하거나, 며느리의 친정 식구 안부를 먼저 챙기는 것도 고부 간의 갈등을 줄이고 거리를 좁혀나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찾고 대화 시작
최근에 화제가 되는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로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새해 소망', '건강'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 만한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윷놀이나 퀴즈게임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서로 간의 벽을 허물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화법이다. 특히 정치 관련 이야기는 각자 갖고 있는 견해가 확연히 다를 수 있고 서로 간에 절충될 수 있는 측면이 적다보니 명절 때에는 아예 꺼내지 않는 편이 낫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친척들 간에 현명한 대화법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차분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있더라도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생각해 놓은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명절을 앞두고 가족이나 친지 간에 오고 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화를 마치 리허설 하듯이 마음 속으로 생각해 본 다음,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본다면 가족, 친지 간에 정(情)을 돈독히 하는 설 명절의 취지를 더욱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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