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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뼈닥터' 이수찬의 솔직한 관절톡] 주사 한 방으로 아픈 무릎을 다 고칠 수 있다고?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1-02-04 09:21


 ◇무릎MRI영상으로 무릎 내측 연골이 완전히 닳아 그 자리에 물(흰색)이 차 있는 모습.



"원장님. 지긋지긋한 관절염을 고칠 수 있는 주사가 있다는데 그거 한 방 놓아주세요."

퇴행성 관절염으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받던 70대 환자가 대뜸 말했다.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느냐고 물으니 TV에서 방송하는 것을 봤다고 한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으면 무릎이 좀 좋아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아프니 비싸더라도 주사를 맞고 싶다고 했다.

주사 한 방으로 관절염을 고칠 수 있다는 얘기는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귀가 번쩍 뜨일 말이다. 실제로 TV나 신문, 인터넷 등에서 이런 식으로 광고하는 경우는 흔하다. 심지어 케이블 TV의 의학 관련 프로그램에서 주사 치료가 만능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관절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대표적인 주사 치료는 '프롤로 치료'이다. 프롤로는 증식(proliferation)이란 단어에서 파생된 것이어서 '프롤로 치료'를 '증식요법'이라고 말한다. 포도당 주사, 설탕 주사라고도 불린다. 한때 많이 시행했던 치료이고 지금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사용되고 있고, 필자도 간혹 필요한 경우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프롤로 치료는 고농도의 포도당을 관절의 아픈 부위에 주사하는 것이다. 고농도의 포도당이 주입되면 그 부위 인대나 근육이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단단해진다. 상처가 나면 아물면서 흉터가 생기는 것과 같다. 아픈 부위가 단단해지면 관절을 보호하고, 덜 아프게 만든다는 원리인데, 치료 효과는 제한적이다. 프롤로 치료를 받고 나아진 환자도 일부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다.

일반적으로 어떤 치료법이 좋은 치료법이 되려면 적어도 환자의 80% 이상에게 효과가 입증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제한적인 효과를 부풀려 마치 모두가 낫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다.

프롤로 주사와 함께 환자들을 현혹시키는 주사가 또 있다. 언제부터인가 유튜브나 신문, TV 등에서 '주사 한 방이면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릎 연골은 소모품처럼 많이 쓰면 닳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연골은 점점 더 많이 닳는다. 안타깝게도 한 번 닳아 없어진 연골은 재생되지 않는다. 그런데 주사 한 방으로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다고 하니 연골이 없어 고생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솔깃할 만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연골 재생이 가능해지기는 했다.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부분적으로 줄기세포로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줄기세포로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는 방법은 배아 줄기세포, 태반 줄기세포, 지방 자가 줄기세포 등 3가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있다. 이중 배아 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지 4일째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태반 줄기세포와 지방 자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현재 의사들이 많이 시행하고 있지만 이 또한 효과가 제한적이다. 태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치료는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인공관절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고, 지방 자가 줄기세포의 경우는 우리나라는 사람에게서 채취한 조직을 배양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하다. 그런데도 배양도 안된 지방 줄기세포를 주사해 연골을 재생시킨다는 언급은 매우 과장된 것이다.

줄기세포로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을 만큼 의학이 발전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너무 이르다. 물론 언젠가는 연골을 완벽하게 재생시킬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날이 올 때까지는 지나치게 효과를 과장한 치료법에 현혹되지 말고 관절을 잘 관리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로봇을 이용해 손상된 관절을 최소한으로 절제하는 수술이 가능하니 수술이 불가피할 경우 시기를 놓치지 않고 수술을 받는 것도 무릎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도움말=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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