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서울 저가아파트, 고가아파트 비해 상승률이 2배…서민들 서울살이 더 팍팍해져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20-11-03 13:44


서울의 저가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며 서민이 외곽에 작은 집 한 채를 마련하려 해도 벅찬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의 저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가 고가 아파트의 두 배에 육박했고, 노원구·도봉구·강북구 등 소위 '노·도·강' 지역을 중심으로 값이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도 주요 지역의 고가 아파트값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어 그야말로 '서울살이'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3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1분위(하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조사 이후 처음으로 4억5000만원을 넘어 4억5638만원을 기록했다.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3개월 전의 4억2312만원과 비교하면 7.9%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5분위(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18억4605만원에서 19억2028만원으로 3개월 사이에 4.0% 상승했다. 고가 아파트가 4.0% 오르는 동안 저가 아파트는 7.9% 올라 저가 아파트 상승 속도가 2배 가까이 빨랐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4.2로, 2017년 5월의 4.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 평균을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통상 5분위 배율이 낮아지는 것은 주거 양극화가 완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5분위 배율이 내려간 것은 저가 아파트값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고가와 가격 차이를 좁힌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와 전셋값 급등이 이어지면서 전세 수요를 대체할 만한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


지난달 1㎡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82만원으로, 3개월 사이 6.6%(73만원) 상승했다.

구별로 보면 3개월 동안 아파트 값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은 도봉구 였다. 도봉구는 11.0% 올라 평균보다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어 노원구(10.3%)가 10% 넘게, 강북구(9.6%)와 중랑구(9.4%)가 9% 넘게 올랐다. 또 성북구(8.2%), 은평구(8.6%), 구로구(8.1%)도 8% 이상 상승해 다른 구에 비해 아파트값 상승 폭이 컸다.

이들 지역에서 소형 면적인 전용 59㎡ 아파트를 살 때 필요한 금액은 중랑구가 4억3975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도봉구 4억3450만원, 강북구 4억5418만원, 은평구 4억6276만원 등의 순이었다. 구로구(5억472만원)와 노원구(5억863만원), 성북구(5억5425만원)는 5억∼5억5000만원은 있어야 했다.

석 달 전 서울의 아파트 3분위 평균 전셋값이 4억3841만원인 것을 생각하면, 3분위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가족이 내 집 마련을 위해 5분위 아파트를 사들이려 해도 벅찬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난 1년간 저가 아파트값의 상승 속도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서울의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2년 전의 3억4540만원과 비교해 32.1%(1억1098만원) 올랐고, 1년 전(3억5926만원)보다는 27.0%(9712만원) 상승했다. 최근 1년간 상승분(27.0%)이 그 전 1년간 상승분(5.1%)의 5.3배에 달한다.

1분위 아파트값은 국민은행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2억2000만∼2억5000만원 박스권에 머무르다가 2015년 12월 2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이후 2년 만인 2017년 12월 3억원, 여기서 1년 뒤인 2018년 12월 3억5000만원을 각각 돌파하며 가격 상승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다가 올해 6월 처음 4억원을 넘겼고 이후 4개월 만인 지난달 4억5000만원 선을 넘겨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전국의 1분위 평균 아파트값(1억1017만원)이 3개월 전보다는 0.5%, 1년 전보다는 1.0% 상승하는 데 그치고, 2년 전에 비해서는 오히려 4.4%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서울의 저가 아파트값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주택난에 서울 외곽을 넘어 경기도로 집을 옮기려 해도 만만하지 않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 경기도는 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최근 3개월 동안 5.6%, 저가 아파트는 0.8%로 고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 이는 서울로 출퇴근과 등하교가 가능한 판교, 분당, 과천 등 인기 지역의 고가 아파트값이 수요 증가로 크게 뛰고, 수요가 덜한 경기도 외곽 지역 집값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의 5분위(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7월 7억863억원으로 처음 7억원을 넘긴 뒤 불과 3개월 만에 7억4845만원으로 4000만원 가깝게 올랐다. 5분위 아파트값은 1년 전보다는 27.5%, 2년 전보다는 28.0% 오른 것으로 나타나 최근 1년 동안 가격 상승이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외곽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고, 교통이 좋은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는 새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상승 중이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가 아파트가 빠르게 사라져, 서민층의 주거가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가 강화되며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커진 가운데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중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7173만원으로, 서초구 아파트(6113만원)와의 격차(1060만원)가 처음으로 1000만원을 돌파했다. 송파구와의 격차도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송파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979만원으로 강남구와의 차이는 2194만원에 달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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