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에어팟 프로 리콜, 워치SE 발열 논란…품질 자신 '애플' 자존심에 생채기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0-11-03 08:06


"품질이 물량보다 중요하다."

애플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는 생전 품질 관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창의적 제품을 개발하며 '혁신'을 강조했지만,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제든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덕분에 애플은 제품 출시마다 흥행에 성공했고, 품질을 대표하는 글로벌 IT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런 애플이 최근 품질 문제를 겪고 있다. 잦은 품질 논란은 소비자 외면 등 '글로벌 IT기업'이란 아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속출하는 결함 사례…곱지 않은 소비자 시선

품질 경영을 앞세우던 애플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생겼다.

2일 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30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에어팟 프로의 무상 교환(리콜)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에어팟 프로에서 사운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한 것에 대한 시정 조치의 일환이다.

리콜은 2020년 10월 전에 제조된 제품 중 노이즈 캔슬링 등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제품만 해당된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음악을 듣는 동안 시끄러운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에어팟 프로의 핵심 기능이다. 애플이 홈페이지에 알린 대표적 증상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운동 중이거나 통화 중에 날카로운 소리 및 잡음이 커지거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다.

리콜은 품질 문제의 제품을 무상으로 교체한다는 의미에서 품질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런 의미에서 혁신과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애플의 경영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다. 기기결함, 문제 발생에도 '나 몰라라식' 대응을 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지속적인 애플 제품의 품질 결함 사례가 속출 하고 있다는 점은 품질 관리 시스템의 보완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특히 고객 대응에 있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듯 비춰지는 품질 경영 부재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은 최근 3년간 리콜 건수는 11건에 달한다. 주력 제품인 아이폰부터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 대상도 다양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리콜 대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17년 아이폰8 플러스 배터리 부분이 부풀어 오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폰X는 추운 곳에서 이용할 경우 터치 입력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멈추는 현상이 발생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애플은 당시 "0~35도 사이에서 이용해야 한다"는 식의 소비자 이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해명해 빈축을 샀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애플워치SE의 발열 논란도 애플이 '묵묵부답'으로 일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말부터 국내 판매에 나선 애플워치SE의 경우 지난달 중순부터 발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애플 이용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난달 중순 애플워치SE의 발열 관련 문제가 처음 제기됐다. 이후 지속해서 동일 현상이 발생하는 피해 사례가 증가했다.

발열 사례를 종합하면 애플워치SE 이용자들은 제품 수령 이후 사용 시 시계가 뜨거워지면서 손목에 화상을 입거나 충전 도중 시계 화면 상단이 노랗게 녹아 버리는 현상을 보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 중이다.

애플은 애플워치SE를 출시하며 어린이와 노인에게 유용하다고 광고를 해왔다. 휴대폰과 연동되는 것은 기본, 심박수 측정 등을 통해 일상생황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애플워치SE는 손목에 차는 시계형 제품이라는 것이다. 손목과 직접적으로 접촉해야 하는 만큼 발열 문제는 심각한 사안이다. 현재까지 보고된 애플워치SE의 발화 및 발열 문제는 대략 12~15건으로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발생했다.

그러나 애플은 애플워치SE 발열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내부적으로 애플워치SE 이용자 중 발열 관련 제품 수거를 통해 진상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언급은 꺼리고 있다. 소비자 일각에선 아이폰 5G 모델 출시를 앞두고 불똥이 튈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아이폰 이용자인 윤영지씨(33·회사원)는 "애플이 최근 아이폰 5G 제품을 국내에 출시해 기존 제품 교체를 고려했지만 애플워치SE 발열 논란 발생과 소극적인 대처 등으로 선뜻 구매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애플워치와 아이폰은 전혀 다른 제품으로 교체는 하겠지만 문제 발생 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기술표준원 조사 착수…후속 대응 계획

애플의 애플워치SE 발열 논란이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정부도 사실 확인에 나섰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애플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애플로부터 애플워치SE 발열·발화 사건에 관련한 조사 자료를 받았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시험연구기관으로 기술표준, 제품안전 및 인증 총괄 기관이다. 제품안전기본법을 근거로 시중에 판매 중인 공산품이 이용자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관련한 자료 제출을 제조사에 요구할 수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애플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후속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관리는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잦은 제품 결함은 품질 경영에 대한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빠른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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