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의 '배차(콜)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카카오T택시 중 택시 브랜드인 카카오T블루에 배차를 몰아주고 있다는 게 골자다. 카카오T블루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 택시브랜드다. 이종산업 간 결합이 활발해진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시장지배력을 활용한 모빌리티 관련 플랫폼 업체가 일반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갑질'을 벌이고 있다는 게 택시업계의 주장이다. 배차몰아주기 의혹은 올해 초부터 제기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배차는 인공지능으로 처리되는 만큼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장을 중심으로 배차 몰아주기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공지능에 따른 일이라고 해도 시스템 구성 및 작동은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배차 몰아주기는 합리적 의심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택시 사업 확대를 통해 매출 상승세를 보였던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배차 몰아주기 의혹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을 마냥 공개할 수 없는 만큼 갈등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 간 갈등의 불이 정부와 정치권으로 옮겨가고 있는 이유다.
"독점적 지위 남용, 공정거래 저해"
택시4단체는 카카오T 이용자가 일반택시와 카카오T블루 택시를 선택해 호출할 수 있지만, 승객이 일반택시를 선택해도 업그레이드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명목으로 가맹사인 카카오T블루 택시가 배정되는 것도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용자 수 24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T 앱을 통해 자회사 택시 브랜드인 카카오T블루에 배차를 몰아주는 등 수익 확대에 급급해 카카오T를 이용하는 일반 택시기사의 손해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게 택시 4단체의 주장이다.
카카오T의 배차 몰아주기 의혹은 올해 초부터 제기돼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승객-기사'간 단순 중개 서비스인 '카카오T'와 직영·가맹택시 운영 서비스인 '카카오T 블루'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직영 및 가맹에 속하지 않은 일반 택시에 카카오T가 배차해주는 콜 수가 현격히 줄었다며 택시업계는 배차 몰아주기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택시업계는 지난 5월에는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 '플랫폼 택시 발전 및 독점시장 개선' 세미나를 개최했고, 당시 차별적 콜 배차에 대해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카카오의 콜 몰아주기는 합리적인 의심"이라며 "카카오가 택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카카오T의 등록 택시기사 수는 23만명으로 택시 수도 23만대에 달한다. 이중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는 지난 4월 5200대에서 최근 1만372대로 증가했다. 반년도 안된 시점에서 두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택시업계는 카카오T블루로 배차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어 수익성 확대를 위해 일부 택시기사들이 카카오T블루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섭 서울개인택시평의회 회장은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플랫폼 택시 공정경영 촉구 호소문'을 통해 "승객이 없는 시간대에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카카오택시에 몰아주고 있는 매우 불공정한 운영이고 횡포에 가까운 불공정거래다"며 "최근 조사에 의하면 카카오 가맹택시의 매출은 37%나 늘고, 일반 택시의 매출은 이에 비례해 줄어들었다"며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밝힌 바 있다.
택시4단체는 카카오T블루의 운영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T블루의 경우 가맹계약서에서 '가맹본부에 매월 수수료로 운임 합계(총매출)의 20%를 납부'하도록 하는 등 가맹사업 서비스와 무관한 매출까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가맹본부라는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불공정한 계약이라는 것이다.
택시4단체는 배차 몰아주기가 일반 택시기사 및 카카오T택시 기사 모두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에 제출한 진정서의 답변을 받는 대로 향후 법적대응 및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4단체의 주장은 사실무근임을 강조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는 AI 기반의 배차 시스템에 의해 승객과 기사를 빠르게 매칭해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바탕으로 콜이 배정되고 있다"며 "특정 서비스나 차량에 콜 배정 우선순위를 두거나 인위적으로 콜을 배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택시 예상 도착시간 최소화, 배차 수락율 확대 등을 통해 기사-승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식의 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위적인 배차가 이뤄진다면 도착 시간이 오래 걸리는 차량이 고객에게 배정될 확률이 높아지고, 승객의 배차 후 취소율을 높이게 된다"며 "인위적인 배차는 승객과 기사 모두의 만족도를 떨어뜨려 플랫폼의 가치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실태조사 착수…공정위도 모니터링
업계 전반에 걸쳐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 간 진실 규명에 정치권까지 합세했다. 제2의 '타다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곳은 경기도다. 경기도는 '호출 서비스 시장의 독점력 남용에 대한 실태파악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카카오T배차 몰아주기 실태조사 추진 계획'을 마련하고 9월 20일까지 실태조사에 나섰다.
실태조사는 도내 택시업계 호출현황과 매출변화 추이를 비교·분석하는 형태로 진행, 카카오T블루택시 시범운행일 기준 전후 2개월 간 택시사업자들의 매출액과 카카오 콜 수를 비교해 배차 몰아주기 여부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 경기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배차 몰아주기가 있는 경우, 현재는 법 위반 사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향후 독과점 우려가 있으므로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의 실태조사가 시작되자 카카오T블루의 전국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정치권에서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들이 경기도의 실태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도 카카오T블루의 배차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설 예정이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카카오택시의 카카오T블루 택시배차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 경기도의 실태조사 결과를 참고해 모니터링하겠다"며 조사 의사를 밝혔다.
IT업계는 택시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갈등이 플랫폼 사업 전반의 성장세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 사업자와 관련해 AI의 공정성 의문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플랫폼 사업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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