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지난해 국내 대기업 집단 중 계열사 내부거래 수의계약(경쟁계약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상대를 선정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 금액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은 총 167조4925억원이며 이 가운데 94.0%인 157조3603억원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55개 그룹 중 지난해 수의계약 금액 규모가 가장 큰 곳은 SK그룹으로 총 40조1184억원에 달했다. 전체 내부거래 규모인 40조7273억원 중 98.5%가 수의계약이었던 것.
SK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업종전문화를 위해 지난 2011년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관계사들이 기업 분할하면서 종전 사내거래가 내부거래로 분류됐을 뿐 문제 있는 거래는 아니다"라면서 "또한 같은 공장 설비 내에서 이뤄지는 연속공정이 특성인 정유화학의 경우 수의계약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조사 대상 55개 그룹 가운데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100%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곳은 17개에 달한다. 신세계와 네이버, 하림, 금호아시아나, 금호석유화학, 중흥건설, 이랜드, 현대백화점, 아모레퍼시픽, 넷마블,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넥슨, 부영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별로는 조사 대상 2113개 계열사 중 43.6%인 922곳의 수의계약 비중이 100%였다.
SK에너지는 17조5914억원의 내부거래를 전부 수의계약으로 했고, 현대모비스도 수의계약 규모가 12조7733억원으로 10조원을 넘었다.
이어 SK인천석유화학(5조4477억원), 삼성물산(5조481억원), 현대오일뱅크(3조9520억원), LG전자(3조3279억원), SK종합화학(2조8003억원), 삼성전자(2조3895억원), 삼성엔지니어링(2조2589억원), 현대자동차(1조8684억원) 등의 순으로 수의계약 금액이 많았다.
오너일가가 지분을 가진 경우 계열사 일감 규모가 100억원 이상일 경우 90% 이상이 수의계약으로 거래가 진행됐다. 거래 규모가 4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일 경우 95.9%로 가장 높았고, 500억원을 넘을 경우에도 94.6%가 수의계약이었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거래대금이 커질수록 수의계약을 통한 내부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2년간 대기업 집단의 규제 대상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CEO스코어가 총수가 있는 55개 대기업 집단 중 공정위 내부거래 규제 대상인 208개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은 8조8083억원으로, 2017년(228개 기업) 12조9542억원보다 32.0%(4조1459억원)가 감소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비상장사는 20%)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하고,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된다.
이처럼 대기업 집단의 규제 대상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줄어든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들의 사익편취 규제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개정안에는 총수일가 지분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 이상인 경우 한정했으나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모든 상장·비상장사로 확대하고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가진 회사까지 범위를 넓혔다.
또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50억원 이상 대규모 내부거래를 실시할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공시까지 해야 한다. 그동안 지주사 내부거래는 이사회 의결이나 공시 의무를 지지 않았다.
이 밖에 개정안에서는 지주회사 체제 안에서 새로 설립되는 손자회사에 대해 계열사간 공동 출자를 금지했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자회사를 통한 손자회사 공동출자를 자주 단행, 기업의 소유·지배구조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개선하는 차원이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부당한 내부거래란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경우의 내부거래를 의미한다"며 "공정위가 계열회사와의 거래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부당한 내부거래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 제공, 특수관계인과 현금·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 가격이나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 등이다.
한편 공정위는 "7월 21일까지 입법예고를 진행하면서 경제계와 전문가 등 이해 관계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겠다"고 전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김민재, 진짜 유럽 가? 새 에이전트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