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요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하는가 하면 이미 재택근무에 나선 기업들의 경우 기간 연장을 하고 있다. 정부가 향후 1~2주를 코로나19 확산의 중대 고비 시점으로 삼은 데 대한 선제적 조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화두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DX)'의 성공적 활용을 위한 시험 무대로 이번 기간을 적극 이용하고자 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 현지법인이 있으며 주재원이 확진자로 판정받으면서 이번 사태에 보다 같한 대응 태세를 취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강조하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른 '일하는 방식 혁신(스마트 워크)'을 꾸준히 추진해왔다는 점 역시 재택근무 권장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 구축, 공유좌석제 등을 통해 이미 '스마트 워크'를 시행중이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재택근무 시행에도 업무상 혼선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LG그룹의 경우 지난 2월 25일부터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또한 학교 개학이 2주 미뤄짐에 따라 재택근무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상사의 경우 업무에 필요한 최소의 인원을 제외한 전 직원들의 재택근무 기간을 일주일 연장해 11일까지 운영키로 했다.
3월 4일부터 재택근무에 나선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의 경우 절반씩 출근하는 '2부제 재택근무'와 '공동휴가' 등을 도입했다. 한화케미칼과 첨단소재 부문은 6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친 공동휴가를 실시한다. 한화갤러리아는 업무 중복이 없는 임직원끼리 조를 편성해 휴무·연차·재택근무 등을 시행중이며 사무실 출근률을 50%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LS그룹은 그룹 내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서울 용산사옥을 이틀 간 폐쇄하고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이를 계기로 스마트워크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6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격려 메시지를 통해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클라우드 업무 환경 등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리고, 비용 절감과 불필요한 투자는 축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요 기업들은 이번 대규모 재택근무 시행을 4차 산업혁명과 주 52시간제 시행 등을 대비해 구축 중인 '스마트 워크' 환경의 시험 무대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주요 기업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통해서도 업무 지속성이 확보되는 것을 확인한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면서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 등 비용절감 측면에서의 접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제조업 기반 기업들의 경우 '전사 출근' 체제를 유지하거나 재택근무 시행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업무지속계획(BCP)을 수립했지만 전 직원 출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도 재택근무에서 제외됐다. 대신 임신부 특별휴가 기간을 2월 25일에서 3월 22일까지로 연장하고, 가족돌봄휴가 사용일을 10일에서 30일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보안·기술개발 연속성·생산시설 24시간 가동 등 문제 때문에 재택근무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코로나19 사태 악화에 따른 클라우드 시스템 점검에 나섰지만 재택근무 시행 여부에는 아직 미온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무직만 재택근무를 시행하면 생산직과 영업직 등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고, 사업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제조업인 자동차 업계에서는 제한적 재택근무제가 시행되고 있다. 임산부와 기저질환이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6일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재택근무 기간을 일주일 연장한다. 당초 양재 본사 등 서울·경기지역 근무자에 대해서는 3월 6일까지 자율적 재택근무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13일까지 연장했다. 현대모비스는 직원들을 절반씩 나눈 격일 재택근무 체제를 3월 둘째 주까지 운영한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시차출퇴근제를 운영,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출퇴근 하도록 조치했다. 생산기술직은 오전 8~9시, 사무기술직은 오전 7~10시 등이다.
다만 현대차는 재택근무 연장 전제 조건으로 '업무 품질을 확보하고, 적시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유지하며 신차개발 일정을 준수할 것' 등을 제시했다. 또한 사내 장비와 시스템을 활용하는 필수 업무의 재택근무는 제한하고 보안관리 측면의 제한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만들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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