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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부릉, 시동 꺼지나?" 메쉬코리아, 유정범 대표의 허위 학력·경력 들통…네이버 등 투자사들의 부실 검증도 논란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9-08-06 08:04


메쉬코리아 유정범 대표. 사진출처=홈페이지

유통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최근 급성장한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VROONG)이 대표 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다. .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 벤처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메쉬코리아를 설립해 현재의 부릉을 탄생시킨 유정범 대표(38)가 학력과 경력을 속인 사실이 드러나며 기업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그동안 메쉬코리아에 거액을 투자한 대기업들의 부실했던 레퍼런스 체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스타트업은 무엇보다 대표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는데 대표 이력에 대한 검증 과정에 틈이 생겼음이 드러난 것.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도 유 대표는 "사업 성과로 평생 갚아 나가겠다"며 사퇴 불가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등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바라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정범 대표 졸업 빼고 학력·경력 모두 거짓. 메쉬코리아 신뢰도에 흠집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그동안 공식 프로필과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려대 중퇴 후 2002년 장학금을 받고 콜롬비아 대학에 입학했고, 2005년 졸업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 본사에서 근무하고 콜롬비아대 경영학석사(MBA)를 소지했다고 말해왔다. 말 그대로 학력과 경력 모두 화려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유 대표는 중앙대 중퇴 후 루이지애나컬리지·에모리대학을 거쳐 콜롬비아 대학에 입학했다. 콜롬비아 대학 내에서도 특수 입학 조건이 필요한 단과대에서 편입해 실제 수업을 들은 기간은 1년 남짓 이었다. 전공도 사실과 달랐다. 그동안 금융공학과 수학을 전공했다고 했지만 실제는 금융 경제학만을 전공했다.


여기에 뉴욕 딜로이트 본사 근무와 콜롬비아 MBA 입학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허위 학력과 경력이 들통나고서야 유 대표는 '서둘러'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 대표는 "창업 초기 늦은 나이로 졸업해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다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학력과 경력을 부풀린 사실이 있다"며 "집안 형편상 원하는 대학에 입할 수 없었고 병역특례 기간까지 더해 길고 긴 학업 기간이 콤플렉스 였고 이를 감추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부풀렸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부족한 대표를 믿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함께 발로 뛰어준 메쉬코리아 구성원 여러분들과 부릉 라이더분들에게 정말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고 덧붙였다.

유대표의 사과문 발표와는 별개로 메쉬코리아가 사전에 유대표의 허위 학력과 경력을 전혀 몰랐는지도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알지 못했다. 창업자이고 창업 초기 인사(HR) 기능이 제대로 갖춰 있지 않았다"며 "조직이 갖춰지면서 학력, 경력에 대한 검증 절차가 미비한 점이 있었음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도 속인 유정범 대표, 후속 투자에 '빨간불'

이번 논란으로 잘나가던 메쉬코리아는 기업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동시에 그동안 메쉬코리아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국내외 투자사 역시 레퍼런스 체크가 부실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메쉬코리아는 지난 몇 년간 네이버, 현대자동차, 미래에셋, 산은캐피탈, SBI인베스먼트 등 10여개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900억원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네이버는 메쉬코리아에만 단독으로 24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창업자인 유정범 대표의 16.8%보다 높은 비율이다.

문제는 10여 곳에서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대표 이력에 대한 검증이 없었다는 것. 결국 투자사의 레퍼런스 체크 신뢰도에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따라서 유정범 대표의 허위 학력·경력 논란이 커질 수록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린 큰 기업은 이미지 관리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고, 투자 자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도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후속 투자다. 메쉬코리아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정한 예비 유니콘 대열에 오르며 다시 한번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당연히 후속 투자 전망이 밝았지만 대표 리스크가 제대로 발목을 잡게 된 것.

메쉬코리아 매출은 2017년 300억원에서 2018년 730억원으로 폭등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비용이 870억원 상당으로 매출을 훌쩍 넘어서 1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인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후속 투자가 절실한데 대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에서는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당연히 업계에선 유정범 대표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유정범 대표는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직접 밝힌 사과문에서 "이제 저는 더는 숨을 곳도 숨길 것도 없다. 사업 성과로 평생 갚아 나가겠다"며 대표직 유지의 뜻을 분명히 밝힌 것.

유 대표의 보다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는 질문에 메쉬코리아 측은 "현재까지 대표직에 대한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현재는 투자보다 회사 내부적으로 내실을 다지고 해당 이슈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제2, 제3의 유정범 학력 부풀리기나 위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경우 첫 번째 투자 유치의 경우 대표의 학력과 경력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이를 부풀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나중에 성공하면 거짓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지만 거짓은 들통이 나게 되어 있다. 결국은 신뢰를 잃고 재기하기도 쉽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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