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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없는 뒷북 사과' 유니클로, 퇴출운동 역풍 맞나?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9-07-23 08:24



이미 때를 놓쳤다. 유니클로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한국 소비자 무시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22일 2차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과 에프알엘코리아는 22일 "그룹의 실적 발표가 있었던 날 일본 임원의 설명은 (불매운동의)영향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랍니다'라고 명확히 이야기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부족한 표현을 사용해,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 사과문 발표 이후에 오히려 불매운동이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유니클로, 한 놈만 패겠다'는 성난 소비자들의 분노가 온라인을 뒤덮고 있다. 소비자들은 사과 발표 시기를 놓고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한때 국민 브랜드로 사랑받던 유니클로가 어쩌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제 1 타깃이 되어버린 것일까.

무시하던 한국 소비자, 이제야 겁나나? 가을겨울 본격 장사 앞두고서야 움직인 유니클로의 '영혼없는 사과'

지난 11일 패스트리테일링 임원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16일 1차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5일이 지나서야 나온 이 입장문에 '가짜 사과', '영혼이 없다'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 평소 유니클로를 즐겨 입는다는 서울 양천구의 직장인 이모씨(41)는 불매운동 동참의사를 밝히며, "한국인 무시 발언은 일본 임원이 했는데, 왜 사과는 한국 법인만 했는지 이해가 안되더라"며 "국민정서야 어떻든 한국에선 돈만 벌면 된다는 듯해서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이모씨처럼 '한국인을 무시했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급기야 유니클로는 지난 18일 끝내기로 했던 여름 세일을 25일까지 연장했다. "고객님께 좋은 혜택 제공을 연장해서 드리고자 세일을 연장했다"는 것이 유니클로 설명이나, 예년에 비해 떨어진 매출을 회복하기 위한 '꼼수'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22일 2차 사과문 또한 이미 분노 여론을 잠재우기에 늦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유니클로의 속내를 분석한 글'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패션업계 종사자라는 한 네티즌은 '의류 브랜드의 영업 이익은 FW(가을겨울) 장사에서 나오는데, 올 겨울 패딩 점퍼 등 생산 단가가 높은 옷들이 대부분 선적이 되어서 들어오고 있거나, 물류센터에 도착해있을 때다. 지금처럼 불매운동이 이어지면 (유니클로 물류센터는)재고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수량을 줄이고 세일을 해도 판매가 안 되면 2019년도 영업이익은 충격적일 것'이라며 '내년 봄 장사까지 타격을 입고 매장을 줄이게 되고, 또 매출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줄 알았던 유니클로가 곳간을 채워야할 'FW 시즌'을 앞두고서야 한국 소비자의 분노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동참한 이들의 분석이다. '이건 사과가 아니다. 한국에서 매출을 계속 올리고 싶은 사람의 욕심을 발표한 것일 뿐'이라는 2차 사과문에 대한 비난도 같은 맥락이다.

쥐꼬리 기부금, 거듭되는 욱일기 논란에도 끄덕없던 유니클로, 한국 소비자 불만은 눈감고 문제만 키웠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그간 욱일기 논란부터 시작해 다양한 이슈와 관련해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과 정서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부족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문제라고 오판을 한 듯하다"며 " 유니클로가 상생을 위해 얼마나 고민해왔는지 뼈아프게 반성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사실 그간 욱일기 논란과 관련, 유니클로는 과거 수 차례 도마에 올랐다. 이중 지난 2010년 일본의 사탕회사 '아사다 아메' 로고를 활용한 티셔츠가 대표적인 사례다. 티셔츠 중앙에 그려진 붉은 태양 모양의 디자인이 일본의 욱일기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 이외에도 플라스틱백에 욱일기 무늬를 넣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으며, 2017년 할인행사 광고에 또다시 욱일기 문양의 전투기를 들고 있는 아동 모델을 등장시켜 공분을 샀다.

이와 관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유니클로가 욱일기 논란을 되풀이한다는 건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매출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기부금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1조3000억원이 넘는 매출 신기록을 세운 유니클로는 일본 본사에 배당금과 로열티 명목으로 600억원을 보냈다. 그런데 기부금액은 10억원에 그쳤다. 기부금과 관련해 유니클로는 수차례 여러 언론에서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처럼 여러 이슈가 오랜 시간 더해지는 가운데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던 유니클로는 문제해결의 적기를 매번 놓치고, 서서히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다.

성난 소비자, 분노의 끝은?

그간 홍보대행사를 통해 입장 발표를 해왔던 유니클로는 22일 이례적으로 에프알엘코리아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에프알엘코리아에서 사과문 이메일링을 하는 등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그러나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유니클로의기대와 달리, 반 유니클로 분위기는 상당히 오래 갈 전망이다. 이제 정치적 영역을 떠나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린 사안으로 이슈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니클로 지분 49%를 갖고 있는 롯데의 애매모호하면서도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듯한 태도 또한 문제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17일 패스트리테일링 임원 발언과 관련, "어떤 재무 임원이 악재가 오래갈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냐. 소통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오해"라고 해명했으나, 이 또한 '제대로 못알아들은 우리 잘못이라는 이야기냐"는 소비자의 분노만 불러일으켰다.

이로인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시작된 불매운동의 화력이 현재 유니클로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텅빈 유니클로 매장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온라인 공간에서 요즘 인기다. '한일 관계가 회복된다고 해서 다시 호구(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뜻하는 속어) 짓 하지 말자. 최소 1년은 불매운동을 유지해야 영구히 한국땅에서 몰아낼 수 있다'는 퇴출 이야기까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가는 게 눈치 보인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유니클로는 대체품을 찾기 어려운 내구재가 아닌데, 초기에 지나치에 안이하게 대응을 했다"며 "특히 한국을 무시했다는 소비자 자존심을 건드린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쉽게 벗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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